MIT 크루그먼 "미 주가폭락 실물경제 타격안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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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의 주가 폭락은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은 되지만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폴 크루그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6일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이날자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이번 주가폭락을 1929년의주가 대폭락과는 전혀 상황이 다른 것으로 분석하면서 일본경제가 겪고있는 것과 같은 거풍붕괴 후유증이 우려되나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주장했다.

다음은 '골디락(Goldilocks)과 불황'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칼럼내용을 요약한것이다.

= 주식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일 때 사고 다른 사람이 매각에나서면 덩달아 판다. 주가가 오를 땐 이를 '모멘트 투자'로 부르지만 하락할 땐 '공황(Panic)'이라고 불린다. 이런 공황은 지난 주 내내 축적되다 14일장에서 완전히터져버렸다.

투매현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종목 중 하나는 보석을 판매하는 티파니의 주식이었다. 하락장에서 보석산업이 특히 더 취약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에 티파니의 주가는 13%나 급락했으며 이런 투자자들의 우려는 맞을 수도 있다. 증시의 혼란이 보석산업 뿐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도 넘처 흐를 것인가? 이것이 "골디락 경제"의 끝인가?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1929년의 주가 대폭락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그때의 주가 폭락은 제도적 취약성과 정책 오류의 와중에서 이뤄졌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90년대의 일본이다. 당시 일본은 금융거품이 붕괴된 뒤 심각한 타격을 받아 10년이 흐른 뒤에도 이전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일본인들은 미국의 '신경제'가 80년대 말 일본의 거품경제와 마찬가지로 허약하고, 착각일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경험했던 것과 똑같은 인과응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주의 주가폭락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미국인들은 이런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수년간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일본이 수요측면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에 매달리면서 단지 서류상의 손실로 시작된 것이 훨씬 더 악화된 결과를 초래한 이유에 관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됐으며 이를 토대로 할 때 미국이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는 전망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주가 하락이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지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들 수 있다. 우선 주가하락이 기업측에서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를 줄이는 경우가 그 첫번째이며 자산가치 하락이 기업의 재무구조를 약화시켜 신규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들거나, 정부가 나서서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2,3번째 이유가 된다.

첫번째 원인의 경우, 일본이 90년대에 생산성 향상의 끝에 있던 것과는 달리 미국은 기술혁명의 와중에 있어 생산성 향상이 시작되는 단계에 있다. 또 인구구성도 이민유입으로 노동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기업의 지속적 투자를 돕는 요소가 되고 있다.

두번째 이유와 관련해서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쁠 수도 있다. 최근 몇년간 기업의부채가 증가돼 왔으며 개인 투자자들도 부채를 늘려왔다. 그러나 미국경제는 아직경제가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닷컴 기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며 닷컴 이외의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하지 못해 이윤을 낼 수 있는 투자계획을 추진할 수 없을상황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주가하락으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은 거의 확실한 상황이지만미 경제의 규모가 크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방 통화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인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갖지 않을 것이다. 또 대외부채 부담으로 경제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를 할 필요도 없다. 미국이 대외부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며 결정적으로 이런 달러화로 된 부채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경제가 이 시기를 별탈없이 극복하게 되리란 것이 가장 정확한 전망이 될 것이다. 즉, 시장상황은 좋지 않지만 세계의 끝은 아니며 황금경제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끝이란 우려를 갖고 주식을 매도해 온 투자자들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진정해야 할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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