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밸리 위기의식 고조

중앙일보

입력

미국을 중심으로 한 벤처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국내 벤처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부 자금에 많이 의존했던 벤처기업들은 도산 위험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벤처 컨설팅 전문가인 한상기 박사는 "잔치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 며 "인터넷 비즈니스는 진입 장벽이 낮아 외부 자금의 수혈이 중단되면 곧바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른바 '벤처업계 5월 위기론' 도 고개를 들고 있다.

벤처업계에 따르면 나스닥.코스닥이 주저앉자 벤처 열풍이 잦아들면서 '무늬만 벤처' 인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당장 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핵심 개발인력의 탈출이 시작되고 있다.

대기업-벤처기업의 위상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지난달까지는 대기업들이 벤처기업과 손잡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지금은 거꾸로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제휴를 못해 안달이다.

ICG컨설팅의 김정수 홍보팀장은 "오프라인의 강자를 잡지 않으면 온라인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위기의식에 따른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벤처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수익 모델 찾기에 안간힘이다.

다음과 인츠닷컴은 최근 유입한 자금 가운데 1백억원을 고객분석(데이터 마이닝)에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원들의 특성을 파악, 마케팅 차별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것이다.

한글과컴퓨터가 주도해 국내 1백여업체가 만든 포털 사이트 예카도 고객분석을 통해 타깃 마케팅에 나섰고, 골드뱅크는 엔터테인먼트와 금융포털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벤처기업이 다른 벤처기업을 무차별로 사들이던 문어발식 경영이 크게 위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시설투자에 눈을 돌리는 기업도 늘어나, 프리챌은 GE캐피털의 자금지원을 받으면 가장 먼저 인터넷 접속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버 컴퓨터를 보강할 계획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기업간 상거래(B2B)분야는 진입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의 강자인 야후 코리아와 인터파크 등 1백여 벤처기업이 B2B 참여를 발표해 삼성물산.LG.현대상사.금호 등 B2B 분야에 진입한 대기업과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자금조달에도 전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유망 벤처기업들은 최근 경영간섭이 심하고 코스닥 등록 이후 지분을 대거 팔아치운 K씨.L씨의 창투사 자금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측정기 벤처기업인 인포피아의 배병우 대표는 "프리미엄이 낮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양질의 자금을 받는 쪽이 유리하다는 벤처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