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줌마 ‘오세훈 지키기’ … 강북 아줌마는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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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북적, 강북은 한산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왼쪽)과 은평구 녹번동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본인 확인을 받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구는 30%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으나 강북·은평·금천구는 평균 투표율인 25.7% 아래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김도훈 기자], [연합뉴스]


투표율 33.3%는 애초 무리한 목표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오전 10시에 투표율 20%에 도달한다는 ‘1020’을 목표로 세웠으나 현실은 ‘1720’(오후 5시에 20.8%)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으로선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이어 ‘무상급식 전투’에서만 두 번째 패배한 셈이다.

 대통령선거에서도 유권자 3명 중 1명(2007년 대선 투표율 63.0%)은 투표소에 가지 않는다. 민주당이 투표 불참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지층만으로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를 채우려면 오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자신이 얻었던 득표 수(208만 표)보다 71만 명을 더 투표소로 끌어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지난해 오 시장이 얻은 득표 수보다 7만여 표 많았다. 딱 자기 실력만큼 점수가 나온 셈이다. 여러 악조건을 알면서도 투표율 33.3%에 도전한 오 시장인 만큼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것과 상관없이 개표 무산에 따른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말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강북 지역의 낮은 투표율과 일선 학교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오세훈의 실패’는 ‘강북 아줌마 부대’의 투표 외면이 주요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초등학교에 가 보면 아이들 밥그릇 가지고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하더라”고 주장해 왔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강남 아줌마 부대가 오 시장을 지키려고 적극 투표소를 찾았지만 강북 아줌마 부대는 공세적으로 투표 거부를 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육자들이나 주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인천대 이준한(정외과) 교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대 주부들이 무상급식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최근 경제 상황도 안 좋기 때문에 이번에도 많은 주부가 급식비 부담을 줄이려고 민주당의 투표 거부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민투표 반대 1인 시위를 벌였던 성동구의 주부 김희경(38)씨는 “주변의 아이 엄마들은 대부분 ‘지금 실시되는 무상급식에 별문제가 없는데 왜 주민투표까지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유권자의 20~30%로 추정되는 무당파 계층이 투표를 외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이번 투표가 오 시장과 진보 진영 간의 정치 대결 양상이 되면서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은 ‘그들만의 리그’에 굳이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하·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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