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MC’ 시마다 “야쿠자와 교류했다 … 은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명사회자로 각광받던 일본 개그맨 시마다 신스케가 23일 폭력조직 야쿠자와의 교제를 시인하면서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도쿄 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 연예프로그램의 지존으로 불리는 개그맨 출신 사회자 시마다 신스케(島田紳助·55)가 야쿠자(일본 폭력조직)와의 교제를 인정하고 23일 전격 은퇴했다.

그는 이날 밤 10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10여 년 전 개인적 고민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폭력단 관계자가 해결해준 뒤 10여 년간 4~5차례 만났다”며 “나로선 이 정도의 교제라면 세이프(문제없다는 뜻)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아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단 관계자와 최근에 만난 건 4년 반 전이고, 그 이후로는 가끔 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은 정도였다”며 “하지만 어찌 됐건 (폭력단 관계자와 접촉해선 안 된다는) 룰을 위반한 만큼 가벼운 처분으로 끝내서는 후배들에게 얼굴이 서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해 연예계를 은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교제한 야쿠자는 일본 최대 야쿠자조직인 야마구치구미의 최고위 간부이며, 경찰이 2005년 이 야쿠자 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시마다가 직접 쓴 편지와 야쿠자 간부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발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마다는 1980년 초 만자이(한국의 만담) 붐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80년대 중반부터는 연예 및 시사프로그램의 명사회자로 각광을 받았다. 독설에 가까운 직설적 화법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최근까지도 고정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맡은 연예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중학교 때부터 오토바이 폭주족으로 활동했고 야쿠자와의 관련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04년에는 소속사인 요시모토코교의 여직원을 구타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30만 엔의 벌금형을 받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에선 야쿠자와 연예인의 관계가 종종 사회문제화 되곤 하나 최근 들어 야쿠자 추방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소속사인 요시모토코교로서도 그의 은퇴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일 언론들은 분석했다. 시마다의 야쿠자 교제 사실은 최근 외부 인사가 소속사에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한편 갑작스러운 그의 연예계 은퇴로 그를 광고 모델로 쓰고 있는 기업 및 고정 프로그램을 편성한 방송사에 대한 손해보상액은 수십억 엔 규모가 될 것으로 일 연예계는 예상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