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게놈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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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Gattaca)'' 란 미국영화가 있었다. DNA를 구성하는 네가지 염기인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의 머리글자를 조합해 영화제목을 만들었다.

유전자의 우열에 따라 신분이 정해지는 ''신세계'' 를 그린 이 영화에서 인간은 유전자 조작을 거친 정자와 난자가 인큐베이터에서 수정.배양돼 태어난다. 영화 속 이야기가 공상이 아닌 현실의 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셀레라 제노믹스사는 인간유전자 염기서열 구조 해독작업을 완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다음 작업은 해독이 끝난 30억개의 염기를 23쌍의 염색체별로 배열, 유전자지도를 만드는 일로 이것도 한두달 새 끝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 매달려온 미국정부가 민간기업에 선수를 빼앗긴 꼴이 됐다. 그래서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상한 자존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전자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게놈 배열연구가 HGP의 1단계라면 2단계는 게놈 기능연구다. 염색체별로 수백~수천개씩 모두 8만~10만개로 추정되는 인간 유전자 각각의 역할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현재까지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는 약 8천개에 불과하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은 14번 염색체에 있는 PS1이라는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단계 연구까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면 인간생명의 비밀은 완전히 베일을 벗게 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어떤 질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건 물론이고 똑똑하고 잘 생기고 성격 좋고 건강한 ''맞춤형 아이'' 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수중으로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한 윤리적 문제는 두고 두고 인류 최대의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윤리문제가 대두할 수밖에 없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유전자 지도 무상공개 방침을 천명했다. 애써 금광으로 가는 지도를 완성해 놓고 이를 거저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공개되는 것은 지도뿐이지 실제 노다지를 캘 수 있느냐는 각자의 노력과 역량에 달려 있다.

정보통신혁명이 제3의 물결을 몰고 왔다면 게놈혁명은 제4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생명공학 연구에 우리가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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