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풍운아' 임선동 부활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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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뛰고 또 뛰었다. 내가 왜 야구를 하는지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갈등은 없다. 지난 시간들이 아쉽다. "

이름 앞에 언제부터인지 '풍운아' 란 별명을 달고 다니는 임선동(현대). 그의 지난 겨울은 자신의 말대로 '자고 나면 뛰는' 시간들이었다. 1998년부터 2년 동안 허송세월로 보낸 시간들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4일 결국 그 고통의 시간에 대한 달콤한 열매를 입에 넣었다.

임선동이 부활했다. 임은 14일 롯데와의 부산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 동안 22타자를 맞아 5안타 1실점으로 호투, 시즌 첫승을 따냈다. 삼진은 8개. 지난 겨울 러닝으로 볼 끝에 힘이 붙었다. 98년 8월 22일 LG 유니폼을 입고 잠실 삼성전에서 승리를 올린 뒤 19개월 만이었다.

임은 한때 '임선동렬' 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국보' 선동열을 빼닮은 유연한 투구폼이 그의 장래를 환하게 밝혔다. 그러나 일본 진출을 시도하면서 방황의 시간을 보냈고 결국 동기들보다 1년 늦은 97년 LG에 데뷔했다.

데뷔하면서 11승을 올렸지만 LG에서의 시간들도 아픔의 연속. 그는 팀에 적응하지 못했다. 98년 1승, 99년 현대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1승도 못올리고 1패만 기록했다.

나이 스물일곱.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해온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겨우내 자신을 채찍질했고 이제 당당히 현대의 선발 한축을 차지하며 부활했다.

현대는 이날 1회초 윌리엄스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2회초 김인호의 적시타와 박재홍의 3점홈런 등으로 대거 5점을 뽑아 6 - 0으로 앞서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현대는 임의 부활을 축하하며 11 - 1로 크게 이겼다.

대구에서는 임창용이 역대 최연소 1백세이브 기록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지킨 삼성이 해태를 5 - 3으로 꺾고 7연승을 기록했다. 임창용은 만 23세10개월 만에 1백세이브 고지에 올랐다.삼성은 김종훈.정경배.신동주가 나란히 시즌 2호홈런을 때렸다.

대전에서는 '머신건' 김재현, 이병규가 2개씩의 홈런을 터뜨린 LG가 한화를 10 - 3으로 꺾었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SK를 10 - 6으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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