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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위 내부 헤게모니 싸움 가능성 … ‘포스트 카다피’ 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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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카다피군과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시민군이 22일(현지시간) 픽업 차량에 설치된 무기를 점검하고 있다. [트리폴리 AP=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신(新)리비아’ 체제에 대한 준비 작업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과도국가위원회(NTC) 측은 벵가지에서 설립된 10여 명 수준의 위원회를 조만간 200명 규모로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NTC의 한 인사는 23일 “미스라타 등 동부 지역 인사로 임의 구성된 위원회를 리비아 전체를 대표하는 수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현재 벵가지에 있는 NTC 본부를 트리폴리로 옮기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도 카다피 퇴진 후 6개월 내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르고 그 뒤 두 달 안에 새로 수립될 정부가 헌법 초안을 작성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NTC 측은 지난 몇 주 동안 카타르에서 미국·유럽 관리들을 자주 만나면서 적극적인 외교 활동도 펴고 있다.

 하지만 NTC가 앞으로 리비아를 제대로 이끌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카다피 정권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인사, 이슬람 근본주의자 등 다양한 인물로 이뤄진 NTC가 분열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200개에 가까운 다양한 부족 구성도 또 다른 분쟁 요인이다.

 여기에 NTC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트리폴리로 진격한 서부도시 자위야의 시민군과 NTC의 갈등도 내전 종식 뒤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22일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를 생포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서부 시민군 측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카다피를 잡으면 그를 리비아 법대로 처리하겠다”며 “(카다피 퇴진이란) 대의는 따르지만 세부 계획은 NTC와 다르다”고 말했다.

 향후 카다피 측 인사에 대한 보복도 우려된다. 리비아 망명 인사인 만수르 엘키키아 텍사스대 교수는 “NTC가 보복정치를 하게 될 경우 또 다른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많다” 고 말했다. NYT는 NTC 관계자를 인용해 “사담 후세인 퇴진 후 바트당 인사를 탄압하며 혼란을 겪은 이라크의 선례를 따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카다피에게 탄압 받고 가족을 잃었던 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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