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스트로스칸 프랑스 대선 출마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사진)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폭행 혐의를 벗게 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 검찰은 22일(현지시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호텔 여종업원과 변호인을 검찰청사로 불러 이런 방침을 통보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지난 5월 기소된 뒤 출국 금지됐던 스트로스칸은 프랑스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사회당은 스트로스칸을 대통령 후보로 재추대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뉴욕 브롱크스 법정에서 계속 진행된다.

 25쪽 분량의 뉴욕 검찰 공문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로 알려진 나피사투 디알로(Nafissatou Diallo)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게 공소 포기의 이유로 적시됐다. 특히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소피텔 호텔 2806호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행적에 대해 세 번이나 말을 바꾼 게 검찰의 태도를 바꾼 결정적 원인이 됐다. 처음 디알로는 성폭행을 당한 뒤 방을 빠져나와 복도에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가 나중엔 옆방과 심지어 스트로스칸의 방까지 청소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범행 현장으로 돌아가 청소까지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알로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옷에서 스트로스칸의 정액이 발견됐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성폭행의 증거는 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더욱이 피해자가 미국으로 망명하는 과정에서도 고국인 아프리카의 기니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피해자의 은행계좌에 송금된 6만 달러의 돈도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디알로는 감옥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계좌를 이용하도록 허락했을 뿐 돈의 출처는 알지 못하며 돈을 꺼내 쓴 적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디알로의 변호인 케네스 톰슨은 검찰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맨해튼 검찰이 법률적, 의학적, 물리적 증거를 깡그리 무시했다”며 “내 어머니, 자매, 딸과 아내를 강간범으로부터 지키라고 뽑아준 검찰이 이런 결정을 내리면 누구한테 일을 맡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단은 특별검사의 임명을 요청하고 있다. 현행 미국법상 특별검사는 검찰이 피고인과 사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때 임명할 수 있다.

 디알로 변호인단은 스트로스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사무실의 파트너가 이번 사건을 맡았던 사이러스 밴스 검사의 수사관과 결혼한 사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형사소송과 별도로 민사소송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