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순천만에 ‘웰빙 먹거리’ 사러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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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내 ‘쉼터’에서 관광객들이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음료와 음식을 사고 있다. 이곳에선 오디매실 등으로 만든 50여 가지 음료를 판매한다. [프리랜서 오종찬]


16일 오후 2시 전남 순천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내 휴게시설 ‘쉼터’. 경기도 분당에서 온 박소연(33·여)씨는 곡물 라떼와 팥빙수· 계란 등을 주문했다. 박씨는 “지난달 이곳에서 맛본 곡물 라떼의 맛이 자꾸 생각나 바람도 쐴 겸 가족들과 4시간이 넘는 길을 운전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 생태관광의 1번지’ 순천만이 웰빙 먹거리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음료·식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품목도 식혜부터 오디·매실 음료 등 50여 가지에 이른다. 다른 관광지와는 달리 커피는 물론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는 아예 판매조차 않는다.

 순천만에 웰빙 쉼터가 들어선 것은 2008년. 당시 순천만은 국제습지보전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이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빅 이벤트와 맞물려 관심이 증폭되면서 관광객이 300만명에 근접했다. 하지만 생태관광지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대표 상품이 없었 다. 한 쪽에서는 ‘자연 외에 내세울 게 없는 2류 관광지’라는 말까지 들렸다. 순천시는 고민 끝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카드 빼 들었다. 웰빙 상품을 개발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특산품의 판로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창고로 방치되던 어촌계 건물을 4억2000만원에 사들여 ‘쉼터’로 리모델링을 했다. 운영은 순천만자연생태위원회에 맡겼다.

 이 같은 계획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개장 이후 2년 8개월 간 16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13억4300만원을 농민들에게 재료 구입비와 인건비로 지출했다. 전체 수입의 80% 이상이 지역 농산물 구매와 일자리 창출로 재투자된 것이다. ‘쉼터’ 운영을 개장 초부터 맡아 온 양동엽(53·여) 실장은 “ 콜라·사이다를 찾던 어린이들이 신선한 곡물로 만든 음식을 찾으며 ‘몸에 좋고 맛도 있다’고 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쉼터’ 주변에 지난해 문을 연 공예특산품관도 인기 다. 이 곳에서는 농가·업체 등 100여 곳이 흑두루미쌀·함초·천일염 등 600여 가지의 상품을 판매한다. 1년 5개월 만에 7억9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장영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 기획운영부장은 “웰빙 상품을 판매하면서 지역 농가를 돕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생태관광의 수도 순천만’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커뮤니티 비지니스(Comm unity business)=주민들이 해당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사업. ‘지역 사회의, 지역 사회에 의한, 지역 사회를 위한 사업’을 모토로 지역의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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