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으로 본 올 가을·겨울 패션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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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겨울을 빛낼 패션 트렌드는 ‘레이디 룩’이다. 허리부터 무릎까지 여성의 몸매 곡선을 따라 타이트하게 흘러내리는 펜슬스커트, 하늘하늘한 시폰 블라우스, 그리고 퍼(fur)로 만든 머플러를 두른 우아한 차림의 숙녀를 연상하면 된다. 8월 10일 라움(역삼동)에서 열린 디자이너 브랜드 엘리 타하리의 쇼를 통해 2011 가을 겨울 패션 트렌드를 미리 살펴봤다.

 패션 업계는 벌써 가을 옷 준비가 한창이다. 대부분의 주요 브랜드가 2011FW(가을 겨울)에 내놓을 옷들을 선보인 상태다. 이번 FW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패션 키워드는 ‘복고풍’이다. 그 중 고급스러운 상류층의 옷차림을 연상케 하는 ‘레이디 룩’이 대세다. 레이디 룩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은 몸의 실루엣을 날씬하게 드러내주는 펜슬스커트와 슬림 팬츠, 속이 살짝 비치는 실크 블라우스와 여러 겹으로 찰랑이는 러플 장식, 상의 소매에 장식된 퍼 등이다.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의 가을 겨울 컬렉션 역시 복고풍을 컨셉트로 한 우아하고 도시적인 여성의 옷들이 대거 선보였다.

 엘리 타하리의 가을겨울 컬렉션은 지난 10일 복합문화공간 라움 갤러리에서 열렸다. 갤러리 벽에는 엘리 타하리의 FW의상을 입은 모델 사진이 장식돼 쇼의 분위기를 미리 느낄 수 있었다. “엘리 타하리 뉴욕 컬렉션과 비슷하게 재현했다“는 것이 엘리 타하리의 상품 수입과 기획을 맡은 SK네트웍스 프리스티지 브랜드팀 안지연 차장의 설명이다.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쇼를 찾은 연예인들도 화제가 됐다. 몸매가 강조된 블랙 민소매 원피스를 세련되게 소화한 탤런트 김희애, 레이스 장식이 강조된 복고풍 원피스를 입은 김남주가 등장했고, 김정은· 박시연· 이하늬 등도 컬렉션 컨셉트와 어울리는 복장으로 차려 입고 나타나 쇼를 돋보이게 했다.

 쇼가 시작되자 레이스가 장식된 블랙 시폰 드레스를 입은 모델을 시작으로 블랙과 화이트 컬러가 주류인 옷들이 줄지어 선보여졌다. 색감을 보면 모던하고 도시적인 느낌이지만 옷에 장식된 레이스와 자수 등의 정교한 디테일들로 복고적이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가죽과 레오파드 프린트, 고급스러운 퍼도 스타일링을 바꿔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안 차장은 이번 컬렉션 컨셉트를 ‘다크 로맨티시즘’이라고 설명했다. 가죽이나 퍼 소재를 이용해 강렬하고 도시적인 매력을 주는 동시에 레이스처럼 여성스러운 장식을 사용해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함께 어필했다는 것이다. ‘여성성’의 강조는 디자이너의 브랜드 철학에서도 잘 드러난다.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는 “옷은 그 옷을 입은 여성보다 은은해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옷은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빛나도록 돕는 하나의 요소이며 옷 자체가 과해 입는 사람의 매력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

 FW를 대표하는 엘리 타하리의 주요 착장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레이스가 장식된 시폰 드레스 ▷시폰 블라우스에 펜슬스커트 ▷딱 붙는레깅스 팬츠 위에 레이스와 시폰이 믹스된 블라우스를 입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소재를 믹스매치 함으로써 여성스러우면서 동시에 관능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차림”이라는 것이 안차장의 설명이다. 또 여기에 퍼 머플러 하나만 둘러주면 고급스러움이 더해진다는 것.

 엘리 타하리는 전 세계 40개국에 매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1970년대, 뉴욕의 화려한 클럽 무대에서 영감을 얻어 파티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한 엘리 타하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1974년 매디슨가에 처음으로부티크를 열었으며 1980년대에는 테일러드 수트로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영국과 그리스, 독일, 프랑스에 매장이 있으며 미국에서만 6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8년에 브랜드를 론칭했다.

[사진설명] 1, 5. FW시즌 가장 두드러지는 패션 키워드는 ‘복고’다. 복고풍의 우아한 레이디 룩을 선보인 뉴욕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의 패션쇼 현장 2. 고급스러운 레이스 무늬의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탤런트 김희애 3. 블랙 컬러의 시크한 원피스를 여성스럽게 소화한 탤런트 박시연 4. 레이스 장식이 강조된 복고풍 원피스를 입은 김남주 6. 가죽 재킷에 시폰 드레스를 매치한 엘리 타하리의 FW 스타일. 전혀 다른 소재를 적절히 조화시켜 도시적이면서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최명헌" 기자, sk네트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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