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 증시 주요 변수] '뜬돈' U턴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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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증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쉽지 않은 이 문제를 풀려면 시장 주변의 변수들을 두루 점검해보는 수밖에 없다.

올해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모두 큰 폭의 조정을 거친 만큼 선거 후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증시여건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 수급 구조〓고객예탁금은 지난 3월 초 12조원대에서 한달여만에 10조원대로 1조5천억원이 줄었다.

기관의 매수여력을 가늠케 하는 주식형 주익증권은 크게 늘었지만 주식 매입자금으로 사용될 수 없는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CBO)펀드를 빼면 올들어 4조8천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기관과 개인은 '실탄' 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반면 공급물량은 거래소의 경우 많지 않지만 코스닥은 6월 말까지만 20조원 가까이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이 물량을 받아주고도 거래소와 코스닥지수가 오르자면 대우사태 이후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들이 되돌아와야 한다.

◇ 외국인 동향〓3월 말까지 6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를 떠받쳐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의 매수패턴이 '바이 코리아' 에서 '바이 컴퍼니' 로 바뀌었다는 게 현대증권의 분석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을 골고루 사들이던 패턴에서 반도체 관련주만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편식' 매수로 전환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외국인 펀드에서 이 종목들의 비중이 일정 수준에 이를 경우 매수세가 주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오현석씨는 말했다.

선거 직전인 11, 12일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 금융 구조조정〓시중자금 흐름을 일시에 뒤흔들어 놓을 변수로 꼽힌다.

핵심은 역시 투신사 구조조정. 오는 7월부터 채권시가평가제를 실시하겠다고 이미 밝혀 놓은 터라 정부로선 부실 투신사에 칼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또 한차례 부실 투신사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

대형은행간 합병도 금융시장에 일대 파란을 몰고올 변수다.

금융시장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몸살을 앓게 했던 1998년 은행 퇴출.합병과는 다르지만 합병대상으로 꼽히고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해당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12일 "총선 후 인위적인 금융 구조조정은 없을 것" 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 말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 미국 증시〓최근 들어 널뛰기 장세를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나스닥은 사상 최대폭으로 올랐다가 다시 기록적으로 폭락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첨단기술주 거품논쟁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나스닥지수의 급등락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우지수도 미 정부가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경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 금리.환율.유가〓한화증권에 따르면 금리는 선거 전에 올랐다가 선거 후에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 전에는 현금통화 수요가 늘어나 금융기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는데다 자금이 단기부동화돼 장기 금리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국공채팀 이준구씨는 "올해도 과거와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될 전망" 이라며 "한국은행이 11일 지나친 금리하락을 막기 위해 갑자기 자금을 흡수할 만큼 금리는 안정돼 있다" 고 설명했다.

원화환율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계속 유입할 경우 절상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본 경제 회복과 미국의 경기둔화 전망에 따라 엔고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연초 크게 올랐던 국제 유가는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당분간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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