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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산수화의 당당한 脈 - 심산 노수현

중앙일보

입력

청전(靑田)이상범, 소정(小亭)변관식, 이당(以堂)김은호, 의재(毅齋)허백련, 심향(深香)박승무 등과 함께 근대 산수화 분야의 '6대가'로 불리는 심산(心汕)노수현(1899~1978)탄생 1백돌 기념전이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덕수궁 분관에서 열리고 있다.

6월 18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는 심산 타계 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고전. 1918년 경성서화미술원을 졸업한 후부터 작고하기까지 그가 걸어왔던 50여년의 화력(畵歷)이 총 60여점의 작품으로 정리됐다.

심산은 중국 북·남종화와 일본 채색화가 화단을 지배하던 당시 조선후기 회화의 마지막 보루였던 심전(心田)안중식과 소림(小琳)조석진에게 그림을 배웠다.

심전은 제자들 중 노수현과 이상범을 유난히 아꼈다.

자신의 호를 쪼개 '심(心)'은 노수현에게, '전(田)'은 이상범에게 줄 정도였다. 심산의 산(汕)은 '물이름 산'으로 조선의 강 이름을 뜻한다. 과연 심산은 이름값을 했다.

서구 미술이 물밀듯 밀려오던 혼란기에 전통화가 근대로 계승,발전하는 데 당당히 한 몫을 했던 것. 이미 한국화단의 원로로 자리잡은 박세원·이종상·신영상·송영방·이규선 등은 심산이 배출한 제자들이다.

그의 산수화의 특징은 바위산의 힘센 골격미로 요약된다.

"가장 돌을 돌답게 그리는 화가"라는 기존의 평답게 단순히 외형뿐 아니라 내면에 품고 있는 기운까지 형상화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특히 붉은 기를 띤 희미한 갈색의 바위산은 심산 산수화의 트레이드 마크로, 그는 생전 "흙산보다는 바위산이 좋고 또 내 화의(畵意)에 맞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가 명산(名山)으로 묘향산보다 금강산을 더 쳤던 것도 금강산에 바위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는 '산촌', '계산정취', '도원조행'등이 대표적이다.

심산은 완숙기에 접어들어서도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붓을 굴리는 듯 독특한 흘림체 형식으로 자연을 묘사하는 몰골(沒骨)준법, 비가 내리듯 화면을 무수히 많은 동그란 점으로 채우는 우점(雨點)기법 등 오늘날 심산 산수화를 특징짓는 특유의 방식을 고안해냈다.

'추강은거', '강안추색'등이 말년에 배출한 손꼽힐 만한 수작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소품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는 점이다. 병풍·족자 등 그림을 담는 형식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화의 약점은 소품에서는 많이 감춰진다.

'사슴'(20년대), '설봉소사'(38년), '새참'(연대미상), '관폭'(60년대), '송청'(57년)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청전이 살갑고 여성적이라면 소정은 울뚝불뚝한 남성미가 넘친다.

심산은 이들에 비해 건조한 필법을 썼지만 그 건조함에서 사실감이 우러나오고 이러한 실제감이 보는 이를 화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오랜만에 한국화 분야의 대가를 만나는 기회다.

월요일 휴관. 02-779-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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