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죽했으면...공연중 휴대폰 원천 봉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 휴대폰 작동을 중지시켜 주십시오.' 음악회 티켓에 적힌 안내문이다.

한국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세계 5위. 필수품이 돼 버린 휴대폰이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소음공해의 주범이다. 특히 공연장에서는 감상 분위기를 망치는 불청객이다.

티켓에 적힌 안내문이나 공연 직전의 안내 방송으로는 역부족임을 깨달은 국내 공연장들이 휴대폰 신호음을 원천 봉쇄하는 전파차단기를 설치에 나서고 있다.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영산아트홀,대전엑스포아트홀에 이어 LG아트센터도 '웨이브 락'을 설치했다.

㈜대주(02-824-4100)가 1998년 12월 개발해 지난해 특허등록을 한 이 제품은 길이 16㎝, 무게 4백g의 장비로 지름 10~30m 범위 내의 휴대폰 전파를 차단한다.

가격은 1대에 70만원(설치비 별도). 대전엑스포아트홀은 5대, LG아트센터와 영산아트홀은 각 2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은 1대를 설치했다.

그래도 공연장의 마음은 편치 않다.

통신의 자유 침해라는 법적 문제가 있기 때문. '연주 도중엔 휴대폰이 자동 차단된다'는 안내문을 공연장 로비에 내거는 것으로 비켜가고 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휴대 통신기기 사용제한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계류 중. 공청회도 5월에나 열린다.

또 하나의 골치는 '혹시'싶은 차단기의 부작용. LG아트센터 김주호 부장은 "휴대폰 차단기 설치로 아티스트는 물론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뮤지컬 등 무선 마이크를 사용해야 하는 공연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단장치를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래저래 휴대폰은 공연장의 '미운 오리새끼'다.

뉴욕 카네기홀도 이달부터 공연 직전 30초간 무대 정면에 '휴대폰을 꺼주세요'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