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파나마 운하 물길 넓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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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 탄생 100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파나마 정부가 운하의 물류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신규 수로를 만드는 등 대규모 증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 52억5000만 달러(약 5조7000억원)가 투입되는 이 공사는 2014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파나마 운하가 완공된 지 10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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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확장공사는 운하 건설 이후 처음 진행되는 것이다. 운하 운영권을 가졌던 미국이 1930년대 공사를 계획한 적이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실제 공사가 이뤄지진 않았다. 99년 미국으로부터 운하 운영권을 넘겨받은 파나마는 2006년 국민투표로 운하 확장 방침을 정한 뒤 이듬해 공사를 시작했다.

 수로 추가 건설은 보다 규모가 큰 화물선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 한계에 다다른 화물 처리 용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현재 2개의 수로로 이뤄진 파나마 운하는 심각한 통행 적체현상을 겪고 있다.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큰 배인 이른바 ‘파나막스급’의 크기는 최대 길이가 294m, 폭이 32m에 그친다. 하루 동안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막스급 선박의 수는 약 40대다. 이로 인해 항상 수십 대의 선박이 파나마 운하 인근 해안에 정박한 채 하루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공사가 끝나면 하루에 15척의 선박이 신규 수로로 추가 통과할 수 있어 적체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신규 수로에선 기존 파나막스급 선박보다 크기가 훨씬 거대한 이른바 ‘신(新)파나막스급’ 선박이 다닐 수 있다. 신파나막스급은 최대 길이가 366m에 너비가 49m에 이른다.

 이번 확장공사는 파나마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확장공사 후엔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유럽의 많은 대형 선박들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신규 수로 건설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전체 파나마 운하 물류량 중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다. 현재 루이지애나·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미국 남동부 해안 주의 항구들은 운하 확장 이후 물류량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이승호·민경원 기자  

◆파나마 운하=중앙아메리카 대륙의 파나마 지협(地峽)을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총길이 77km의 운하. 1914년 8월 15일 완성됐다. 미국 정부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가 99년 12월 31일 파나마 정부에 이양했다. 운하 이용량은 미국이 가장 많고 중국·일본·칠레·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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