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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 유도 사제 인연 … 볼리비아 올림픽 대사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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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977년 장정수씨(오른쪽)가 볼리비아 유도 국가대표단 감독 시절 에드가 크라우레와 찍은 사진.

지난달 15일 볼리비아 올림픽위원장이 된 제자 에드가 크라우레(오른쪽)로부터 볼리비아 올림픽 스포츠 대사 위촉장을 받고 있는 장정수씨.

미국 뉴욕 월가에서 23년 일해온 한인 금융 전문가가 볼리비아 정부의 올림픽 스포츠 대사로 발탁됐다. 프랑스계 금융그룹 악사(AXA)의 그룹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장정수(59)씨다. 그는 지난달 15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에드가 크라우레 올림픽위원장으로부터 스포츠 대사 위촉장을 받았다. 크라우레 위원장은 34년 전인 1977년 장씨가 볼리비아 유도 국가대표단 감독을 맡았을 때 수제자였다.

 당시 유도 4단으로 한양대 3학년생이던 장씨는 볼리비아로 이민 간 유도계 후배의 천거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유도 불모지나 다름 없던 볼리비아에서 그는 18개월 동안 각종 남미대회에서 금메달 1개를 포함해 18개 메달을 쓸어 담는 기적을 일궈냈다. 유난히 성실하고 영민했던 수제자 크라우레와의 인연도 그때 맺었다. 그 뒤 그는 베네수엘라를 거쳐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금융 전문가로 새 삶을 살았다.

 16년 동안 끊겼던 인연은 95년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이어졌다. 당시 박용성 대한유도협회 회장이 국제유도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옛 스승을 잊지 못한 크라우레는 중남미 표를 박 회장에게 몰아줬다. 훗날 이에 대한 답례로 박 회장이 크라우레를 서울로 초청했다가 장씨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수소문 끝에 스승과 제자는 28년 만에 뉴욕에서 해후했다.

 그 사이 볼리비아 올림픽위원장에 오른 크라우레는 스승이 이달 말 악사그룹에서 정년퇴임한다는 소식을 듣자 볼리비아 올림픽 스포츠 대사를 맡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장씨는 “34년 만에 볼리비아에 가보니 당시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군과 경찰 제자 여럿이 정부 요직에 올라있더라”며 “앞으로 한국과 볼리비아간 스포츠 교류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리비아는 세계 리튬 자원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은 98년 외환위기 때 10년 동안 대사관을 철수한 바 있다”며 “이로 인해 흐려진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스포츠 교류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볼리비아는 특히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선수단 파견을 희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나 기업이 이를 후원해준다면 볼리비아 진출에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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