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열린 광장

국가재난관리 책임질 사람 있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지난달 폭우와 산사태 때 정부는 국립방재연구소를 방재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총리실에 재해대책 TF를 편성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초기 대응 지연→ 땜질식 처방→ 책임 떠넘기기 공방→ 재발 방지 약속→ 사후처리 불문(不問)이라는 과거 행태를 답습한 것이다. 국가재난관리 패러다임을 탈바꿈시켜야 한다.

 현행 국가재난관리의 문제점은 먼저, 재난관리법의 체계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재난 때 여러 주체가 협력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장애가 된다. 둘째, 국가재난관리 사령탑 기능이 모호하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돼 업무중복·행정낭비를 초래한다. 셋째, 지자체장들의 무관심이다. 그들은 임기 중 업적에 골몰해 주민안전과 밀접한 재난 업무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언론과 시민사회(NGO)의 역할이 미흡하다. 언론의 관심끌기식 표피적 보도 행태와 전문성 떨어지는 시민사회의 정책감시 및 비판은 안전문화 확산과 재난업무발전에 별 도움이 못 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에 재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자연재해대책법·풍수해대책법·하천법 등의 관련 법령이 잘 연계되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 법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둘째,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된 조직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도 재난 사무를 관장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자체장에 대한 재난 업무 주민 평가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넷째, 언론과 시민사회는 추적식 탐사보도 분석과 대안 제시에 힘써야 한다. 끝으로 재난관리 전문인력을 협회나 민간대학 등에 위탁 양성하고, 공무원 직렬에 재난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있다.

 재난은 공기와 같아서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이미 대응하기엔 너무 늦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