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자본주의형 버스회사 출현 … 자스민 바람부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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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허허벌판을 달리는 사설 버스. 때로는 사람보다 짐을 더 많이 싣고 다닌다. 이 버스도 뒷좌석에는 승객의 짐이 가득하다.

북한에 자본주의식 대중교통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돈을 받고 운송수단을 이용해 사람과 짐을 실어나르는 회사가 운영되는 것 자체가 획기적인 변화다.

북한에서 운수업을 하는 사람들은 일명 '돈주'라 불리는 북한의 신흥 부유층이다. 이들은 북한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써비차(service-car)'를 운영한다.

과거 북한의 대중교통은 열차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열차가 노후되고 전기 공급 등이 불안정해지면서 철도는 자주 마비사태를 겪는다. 이 때문에 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버스를 비롯한 자동차를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운수회사도 국가가 운영해왔다. 하지만 '돈주'들은 이런 북한의 운수운영체계를 무너뜨렸다. 뇌물로 군대와 경찰의 이름을 빌려 사설 운수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16일 대북매체 데일리NK는 북한의 권력기관들이 돈벌이 차원에서 개인에게 군대와 경찰 등의 이름을 빌려주고 사설 운수사업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설 운수회사는 경제난이 심화된 2000년대 초부터 생겨나 근래에는 보편화됐다.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부유층들은 수익의 일부를 군이나 인민보안부, 보위부에 상납하고 회사를 운영한다. 이들은 중국 혹은 일본산 중고 버스를 여러대 구입하고 기사, 안내원, 정비공을 고용해 자본주의 운수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사설 운수회사는 외형적으로는 권력기관 산하의 회사로 포장되지만 대부분 개인이 국가 기관에 돈을 바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진과 무산까지 버스 운행을 했던 인민무력부 산하의 한 운수 회사는 이익을 제대로 상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올 4월 해체되기도 했다. 결국 돈이 있어야 운수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 당국도 사설 운수회사의 운영에 눈을 감는다.

탄광사업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영탄광의 채굴권 일부를 개인 부유층에 내줘 '자토(自土)'라 불리는 사설탄광을 형성하게 한 다음 지속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월급이 적고 일이 고된 국영탄광 보다 사설탄광을 선호하는 편이다. 일부 노동자는 고위 간부에 뇌물을 주고 사설탄광으로 이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유혜은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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