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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학영재학교 이렇게 합격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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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과학영재학교 신입생 합격자 발표가 끝났다. 내신 관리와 좋아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온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왼쪽부터 영재학교에 합격한 송민호·허건·박준우군. [김경록 기자]


2012학년도 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의 신입생 합격자 발표가 5일 대구과고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영재학교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과학고, 외고, 자율형 사립고 등 전기고에 지원할 수 있다. 중1~3학년이 지원할 수 있고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해 경쟁률이 높다. 지난해 영재학교 4곳의 평균 경쟁률은 18대 1이었다. 올해도 24.6대 1을 기록한 대구과고를 비롯해 한국과학영재학교·경기과고·서울과고의 경쟁률이 평균 19대 1이었다. 올해 영재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을 만났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경기과고 허건(경기도 평촌 대안중 3)군

●입학사정관제 합격 비결: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활동

●주요 경시대회 실적: 2011년 KMO 1차 금상, 아주대 영재교육원 원장상, KJSO(한국중학생과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

●내신: 이과계열 전교 3% 내외

●특징: 원하는 주제는 모두 탐구한다

●후배들에게 조언: 중~고 수학 교재의 이론을 필사하고 문제집 반복 풀기

허건군은 탐구활동을 즐긴다.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탐구해야 직성이 풀린다. 한때 컴퓨터 조립에 빠져 산 까닭에 지금은 고장 난 컴퓨터쯤이야 손쉽게 고친다. 낙하체의 안전성을 실험한 적도 있었다. 15층 높이에서 계란을 떨어뜨렸을 때 어떻게 하면 깨지지 않을까 궁금했었다. 낙하체가 떨어질 때 회전을 하며 속도를 줄이도록 설계하고, 땅에 닿을 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제를 달았다. 학교 4층에서 실험을 해 성공했다. 이 같은 끊임없는 탐구활동 덕분에 허군은 경기과학고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 26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아주대 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잘 수행해 영재교육원 원장상을 받았다. 4차원 이상의 타일링을 일반화시키는 프로젝트였다. 1년 동안 관련 자료를 찾고 탐구한 끝에 허군이 이를 증명해냈다. 얼마 전에는 KJSO(한국중학생과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가 됐다.

영재학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중2 때 물리 경시 모의고사를 푼 직후였다.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 실망이 컸다”는 그는 “고등 과정의 과학 교재에서 개념을 찾아 노트에 옮겨 적었다”고 말했다. 한 번 적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고, 다섯 번 옮겨 적고 나니 모의고사 점수가 80점, 90점씩 나왔다. 허군은 “개념을 옮겨 적으면서 기초가 다져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고 송민호(경기도 분당 내정중 3)군

●합격 비결: 꿈을 향한 꾸준한 노력

●주요 경시대회 실적: 2011년 KMO 1차 금상, 2010년 KMO 1·2차 은상, 2010년 물리올림피아드 동상, 2008년 정보올림피아드 전국 금상, 2008년 과학의 날 교과부장관상 등

●내신: 전교 2% 이내

●특징: 과학·수학·정보 외 예체능 대회 실적 다수

●후배들에게 조언: 중1·2 때는 학원보다 혼자 수학 풀기

송민호군은 초등 2학년 때 ‘I, Robot’이란 영화 주인공 경찰관의 로봇 팔을 보고 과학 세계에 눈을 떴다. 그날부터 송군의 꿈은 세계적인 생체 결합 로봇 과학자가 됐다. 그는 “인간의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기능의 로봇을 개발해 장애인에게 손과 발이 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과고를 선택한 것도 관심 있는 분야의 심화학습을 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서다.

생체 결합 로봇 과학자라는 꿈을 키우기 위해 송군은 초등 4학년 때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 수학반에서 공부하며 로봇과학탐구대회에 참가했다. 로봇을 직접 만들고 싶어 길 따라 가는 로봇 ‘라인트레이서’를 만들어 5학년 때 청소년과학탐구 도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특히 윈도 같은 컴퓨터 운영프로그램과 로봇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 중학교에 올라와 경원대 과학영재교육원 정보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수학에 흥미가 많다. 복잡한 문제를 명쾌한 아이디어로 풀었을 때의 쾌감이 좋아서다. 과학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어한다. 송군은 경시대회 실적이 화려하다. 하지만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만든 스펙이 아니다. 그는 “꿈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시대회 실적이 쌓였다”며 “경시 결과 덕분에 수학과 과학 실력에 자신감이 생겨 목표가 더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박준우(서울 압구정중 3)군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 비결: 피아노 연주, 수학 공부 등 좋아하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했다

●주요 경시대회 실적: 2011년 KMO 1차 금상, 2010년 KMO 1차·2차 은상, 2009년 과학탐구대회 은상 등

●내신: 전과목 전교 3% 이내

●특징: 내신 관리를 잘해 성실함이 엿보임. 7세 때부터 9년 동안 피아노 연주, 매년 동네 연주회 참가

● 후배들에게 조언: 독서로 사고력, 말하기 능력 길러야

박준우군은 스스로 ‘내신을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표현했다. 전 과목이 전교 3% 이내에 든다. 그는 “영재학교에 입학하려면 특히 내신이 중요하다”며 "영재학교나 과학고에 들어가려고 과학·수학경시대회에 치중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학교 생활에 충실한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100%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았다. 박군은 자기소개서에 학교가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쓸 때도 성실성을 강조했다.

 박군은 합격 비결을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온 덕분”이라고 했다. 5~6학년 때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중학교 수준의 수학 개념이 나오는 책을 찾아 읽었다. 특히 『탈레스 박사와 수학 영재들의 미로게임』과 『오딧셈의 수학대모험』 등 내용이 창의적이면서 중학교 수학 개념도 나온 책을 마음에 들어 했다. 박군은 혼자 중학교 수학 관련 책과 문제집을 풀면서 무슨 뜻인지 몰라 고민도 많이 했다. 이런 수학적 호기심 덕분에 지난해 말 강남교육청지원청 영재교육원 창의적 산출물대회 수학 분야에서 ‘고본 삼각형과 그 확장’이란 주제로 우수상을 받았다.

 박군은 피아노 연주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매년 동네에서 열리는 피아노 연주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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