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반가사유상, 박수근 ‘할아버지와 손자’ … 중앙박물관·현대미술관에도 피란 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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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불상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6·25 때도 부산으로 피란 갔다 온 국보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국보 제78호), 청자사자향로(60호), 금령총 금관(보물 제338호),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1960년 작), 오지호의 ‘남향집’(1939)….

우리에게도 유사시 특별 관리되는 문화재·미술품이 있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28만여 점 중 국가 지정 문화재(국보·보물) 198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6000여 점 중 A급 300점이 그렇다. 1945년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한국전쟁 때 대표 문화재 1만8000여 점을 부산으로 피란시키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강대규 유물관리부장은 “중요 문화재일수록 상설전 등 전시장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전시 중인 문화재를 수장고에 들이는 게 최우선이다. 오늘날의 전쟁은 6·25 때와는 달라 일단은 박물관 수장고 안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인식하에 계획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한강 범람, 지진, 화재 등에 같은 자연재해나 화재 등과 같은 인공적 피해에 대비책을 마련해 둔 22개의 수장고가 있다. 강 부장은 “수장고에 있는 문화재는 알루미늄 외피 상자 등에 포장해 대기하다가 예컨대 상황이 매우 심각해져 수도나 기관이 옮겨야 할 경우 함께 피란길을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장엽 학예연구2팀장은 “소장품은 전부 희소성, 미술사적 중요성 등에 따라 A부터 D까지 네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새로운 소장품이 들어올 때마다 A급 작품 목록을 갱신하지만 보안사항이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을지연습 기간 중 소산(疏散)훈련을 한다. 전시된 작품을 수장고, 혹은 제3의 장소로 옮기는 훈련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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