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예슬 “조만간 귀국, 끝까지 촬영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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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6일 새벽 미국 LA에 도착한 한예슬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 제공]

KBS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여주인공 한예슬(30)씨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씨의 거취를 놓고 입장이 번복되고 있다.

 14일부터 촬영을 거부한 한예슬씨는 15일 오후 3시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그러다 16일 오후 돌연 ‘귀국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한예슬씨의 소속사 싸이더스HQ는 이날 오후 “한예슬씨가 최대한 신속히 귀국해 현장에 복귀, 최선을 다해 끝까지 촬영에 임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KBS와 제작사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등 강경한 대응을 하자 귀국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KBS 측은 “최소 18일까지는 복귀해야 다음 주 방송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16일 “다음 주 월요일(22일) 방송에 차질이 없는 시점에 복귀하고, 더불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논의를 거쳐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16일 새벽 로스앤젤레스 공항 도착 직후 인터뷰에서 “드라마 제작환경이 너무 힘들었고, 이젠 정말 모든 걸 내려놨다”고 말했었다. 연출자 황인혁 PD와의 불화설에 대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내 후배들이 나 같은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해 갈등의 골이 깊었음을 시사했다.

 한씨와 담당 PD의 갈등에 대해서는 현장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무리한 스케줄을 요구한다’ ‘연출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씨가 자주 지각했고, 이 때문에 황 PD와 사사건건 충돌했다는 것이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몸개그를 하기 싫다’는 말에 대본을 수정해 주고, 광고촬영을 배려해 일정을 짰는데도 촬영을 거부한 것은 한씨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스파이 명월’ 출연배우들도 당황해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강우 역을 맡은 에릭은 “(한씨의) 일방적인 잠적은 옳지 못하다”고 밝혔 다.

 ◆KBS, 방송 차질 공식사과=KBS는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차질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날 자사 대표 보도프로그램 ‘뉴스9’에서는 한예슬씨 사태를 다루며 열악한 드라마 제작현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회견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많지만 다음 주 방송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씨의 복귀 의사가 전해지기까지는 “ 대체 배우를 찾을 예정”이라고 했었다. ‘스파이 명월’은 18회까지 방송할 예정으로, 한씨가 촬영 불참으로 15일 예정됐던 11회가 방송되지 못했다.

 ◆드라마 제작환경 논란=이번 사태가 개인의 탓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연배우조차 드라마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쪽대본과 밤샘촬영은 우리 방송계의 오랜 숙제다. 14, 15일 이틀간 촬영을 못했다고 해서 15일 방송이 나가지 못한 것은 우리 드라마 제작이 ‘생방송’에 가깝다는 얘기다.

 16일 MBC 드라마 ‘천 번의 입맞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이순재씨는 “한예슬씨는 조속히 돌아와 사과하고 촬영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주 만들어서 다음 주 내보내는 현실에서 배우들이 매일 밤새우고 촬영 하는 것은 초인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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