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의정평가… 후보들 압력등 우려

중앙일보

입력

재계의 총선 후보에 대한 1차 평가는 24명의 대상자 가운데 16명에 대해선 설문응답 내용을 기재했다.

또 설문에 응하지 않은 후보는 국회 회의록이나 언론 보도.연찬회 발언 등을 찾아 평가했다.

의정평가위는 재계가 보낸 설문을 보고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응답한 후보자가 없자 '노조편향의 견해 없음' '합리적 온건' 등으로 평가했다.

의정평가위는 평가보고서에 출신성향 등을 기재하면서 한국노총 당선운동 대상자인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재계가 원내 진입을 꺼리는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해선 이번 1차 평가대상에서 유보했다. 성급하게 평가했다가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총 조남홍 부회장은 "평가작업을 하면서 여러 곳에서 시달렸다" 고 말했다.

일부 후보들은 "재계의 의정평가 때문에 떨어질 경우 책임져야 한다" 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후보자의 압력과 재계의 평가발표로 역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고려가 평가 내용을 두루뭉실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의정평가위 관계자는 "재계가 평가자료를 보낸 곳은 6만여 회원사에 불과하지만 곧바로 표로 연결될 수 있는 노동자의 수는 최소한 1백만명" 이라며 "친노동계로 분류된 후보들이 역으로 '재계가 인정한 노동 후보' 임을 내세워 유권자를 공략하면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고 밝혔다.

재계의 평가가 회원사 임직원에게 어느 정도 먹혀들지도 미지수다. 노사문제에 관심이 있는 재계인사라면 경제단체가 분석하지 않더라도 주요 정치인의 성향은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계가 의정평가를 강행한 것은 총선 이후 노사정책 수립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자는 포석을 깔고 있다.

총선 이후 환경노동위가 구성되면 노동계는 지난해 통과되지 않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의정평가위는 총선 이후에도 의정평가 활동을 계속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자료를 축적해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이나 후원금을 낼 때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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