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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젊은이 여러분 ~ 중국인 여러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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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최근 정부에서 우리 음식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식 메뉴를 선정했고, 농림수산식품부는 6월 국내 젊은층을 위한 쌀 요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화관광부의 작업은 한식 세계화 사업이 한 단계 진화한 것이며, 농림수산부 사업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진행 과정은 예전의 고리타분했던 방식과 사뭇 다르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 발상도 흥미롭고 사업 방식도 참신한, 정부의 우리 음식 알리기 사업을 들여다봤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스타일링=아이올리135 (02-501-6702)

현미 떡갈비, 라이스크림 등 내세워 쌀 소비 촉진 나선 농림부

#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 공개 - 미(米)라클 프로젝트

현미밥과 고기를 뭉친 욕심쟁이 현미떡갈비.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2.8kg이다. 99.2kg이던 1998년보다 30%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역대 최저치 71kg에 머무를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전망한다. 쌀이 남아돌아도 안 먹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의 경우엔 서구화된 입맛이 무엇보다 큰 이유다. 농림수산식품부가 6월 한 달간 ‘미(米)라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다.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층을 타깃으로 이들에게 ‘쌀 요리도 맛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프로젝트는 쌀을 재료로 한 음식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했다. 우선 젊은층의 입맛을 잘 아는 젊은 셰프를 초청했다. 서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의 노재승(33) 셰프와 젊은 감각의 한식을 추구하는 토니유(33) 셰프가 주축이 됐다. 이들 셰프에겐 20대 보조 셰프가 3명씩 붙었다.

쌀가루와 리코타치즈로 만든 쌀라드.

 이렇게 해서 쌀요리 여덟 가지가 탄생했다. 고기 반죽에 현미밥을 뭉쳐 만든 ‘욕심쟁이 현미 떡갈비’, 쌀면을 참기름에 버무린 ‘쌀쌀면’, ‘길거리 음식은 왜 꼭 밀가루여야 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현미 파이어볼’, 리코타치즈에 쌀가루를 넣어 만든 ‘쌀라드’, 현미 아이스크림 ‘라이스크림’, 그리고 ‘누룽지 마키아토’ 등이다.

 요리를 개발했으니 이제는 요리를 알릴 차례다. 홍보에도 젊은층의 방식을 충실히 따랐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를 통해 쿠폰을 배부해 ‘카페 슬로비’ 등 홍대 앞 레스토랑 세 곳에서 시식을 하게 한 것이다. 행사가 진행된 6월 한 달 동안 900여 명이 찾아왔다.

 행사가 끝난 뒤 레시피는 모두 무료 공개됐다. 공개된 레시피를 토대로 서울시내 레스토랑이 속속 관련 메뉴를 내놓고 있다. 현재 서울 신사동 ‘고릴라 인더 키친’에서 ‘라이스크림’을, 상암동 ‘CJ미디어’ 카페에서 ‘누룽지 마키아토’를, 홍대 앞 ‘카페 슬로비’에서 ‘쌀라드’를 판매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김선범 주무관은 “다음달부터는 영양사협회나 외식업 단체에 레시피를 더 적극적으로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어삼합·간장게장·갈비찜 등으로 한식 알리는 문광부

# 홍콩 식신이 꼽은 7가지 한식 - 메뉴 보급 운동

홍콩 식신 차이란 추천메뉴 간장게장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지난해보다 11.5% 증가한, 91만여 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김치와 불고기 정도만 먹고 돌아간다. 지난 6월 한국을 다녀간 홍콩의 음식평론가 차이란(69·蔡瀾·사진)도 이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차이란 은 홍콩을 대표하는 여행·음식칼럼니스트다. 홍콩에서 ‘홍콩식신’으로 통할 정도로 최고 권위자다. 홍콩에 레스토랑 14곳을 운영하고 있고, 한식에도 관심이 많아 한식에 관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국을 방문해 한식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이다. 차이란은 “중국인 관광객이 여행사에서 지정해 주는 대로 김치와 불고기 정도만 먹고 돌아가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한식 메뉴 일곱 가지를 콕 집었다.

차이란이 적극 추천한 홍어삼합

 차이란이 선정한 한식은 홍어삼합·간장게장·전복 삼계탕·김치보쌈·갈비찜·장어구이·불고기다. 차이란은 “발효음식 홍어삼합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으며, 고기에 칼집을 많이 낸 갈비찜은 노인이 먹기에 좋은 효심이 담긴 음식이고, 삼계탕의 경우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전복 같은 해물을 첨가하면 영양식으로 더 인기가 많겠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1인당 식사 비용이 한 끼에 6000원 정도로 낮은데 그들에게 다양한 한식 메뉴를 알려 더 비싼 음식도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이란의 충고에 자극을 받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5일 서울 신수동 한식당 ‘거구장’에서 ‘중국인 관광객 대상 한식 메뉴 시식행사’를 열었다. 중국인 55명을 초청해 차이란이 추천한 일곱 가지 메뉴를 차려놓고 시식과 투표를 하게 했다. 투표 결과는 갈비찜·불고기·장어구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행사에 참석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차이란이 추천한 메뉴를 조합해 세트메뉴로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이달 안으로 문화부 주도로 ‘차이란 추천 메뉴 보급 운영기관 협의체’가 구성돼 차이란이 꼽은 일곱 가지 메뉴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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