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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뉴노멀’시대 생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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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곽재원
대기자

세계적인 저성장이 장기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대세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뉴 노멀’(새롭게 부상한 표준)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3년 가까운 경기 후퇴로 미국은 8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률이 현재 9%대에 이른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율이 1980년의 28%에서 2008년 20% 이하로 떨어졌다. 산업공동화의 결과다. 2011년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약 1000만 명으로 이는 2010년에서 200만 명 준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대개 선진국 성장률을 2~3%로 예측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로(0) 또는 마이너스 성장이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8·15 경축사에서 글로벌 재정위기와 기후변화, 일자리 없는 성장과 양극화로 ‘뉴 노멀’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국면을 타개하는 해답으로 새로운 경제생태계 개념이 제시됐다. ‘성장’을 통한 ‘좋은 풍요’다.

 그 실마리는 3년 전 8·15 경축사에서 발표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과 ‘신성장동력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이들 비전과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 제도, 행정체계를 마련하는 데 힘썼다.

 우선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아래 마련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이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황 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이 계획은 2020년까지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국가감축목표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에너지 수요 예측 등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원자력 진흥종합계획(2012~2016년)도 확정해야 할 때다.

지금부터는 개량형 원전을 더욱 확대시키면서 원전 수출산업을 키우는 현행 ‘친(親)’ 원전정책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서서히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는 ‘감(減)’ 원전정책 또는 장기적으로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완전 대체하는 ‘탈(脫)’ 원전정책을 택할지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색해야 한다.

 신성장동력 전략은 지금까지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분야별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었으나 이제는 1~2년 내 시장화가 가능하고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산업구조개편까지 내다본 고도화 전략이다.

 이번 경축사에서 제시된 새로운 경제생태계는 ▶중소기업 참여와 육성 ▶기술전문인력 양성 ▶ 일자리 창출 ▶ 연구개발의 조기 성과 실현 등을 염두에 둔 신성장동력 전략의 진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민간부문에서는 제4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반도체, IT융합병원, 바이오 신약, 문화콘텐트, 전기차, 해상풍력, 박막태양전지, 건물 에너지 시스템, 고도 수처리 기술 등 세계시장에 나갈 많은 프로젝트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지역에 고루 포진하며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신성장동력 전략은 기폭제인 셈이다. 거의 모든 첨단 기술분야에서 우리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일본은 총리실 내각부, 경제산업성, 총무성(정보통신담당), 문부과학성의 보고서를 통해 예외 없이 한국을 최대 경쟁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일본 언론들도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등을 견제하는 기사를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제4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1~2015년)에서 5년간 25조 엔(약 325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점에서 과학기술정책의 사령탑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어느 부문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배분할 것인지, 민간 연구개발을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 정책의 이행과정과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점검할 것인지 등 그 실력이 집중 조명받게 될 것이다.

 ‘뉴 노멀’에 대한 우리식 해법은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을 하나로 묶고,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강력한 정치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곽재원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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