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경제] “당신은 전사·법사·사제 중 어떤 타입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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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달 말 서울 도봉구에 사는 안관순(52)씨 집에 KT 직원 두 명이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이들은 안씨 앞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들었다. 화면에 등장한 KT 인사 담당자는 안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자녀분의 KT 입사를 축하드립니다. 부모님의 마음으로 자녀분을 정보기술(IT) 인재로 키우겠습니다.” 안씨의 큰딸 지현(24)씨는 이 회사 입사 전형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직원들은 안씨에게 꽃바구니를 전달한 뒤 아이패드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안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너 합격했단다. 장하다!” 녹화된 이 동영상은 곧 지현씨에게 전달됐다. 딸 지현씨 역시 직전까지 합격 통지를 받지 못했다. 이날 52명의 KT 하반기 신입 공채 합격자와 부모들은 모두 이 같은 깜짝 행사로 감격 했다.

 IT 업계에 이색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전형부터 합격 통보에 이르기까지 IT업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이벤트를 펼쳐 기업 홍보는 물론 우수 인재 확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데이트 상대를 소개해 주는 ‘소셜데이팅’ 업체 이음(i-um.com)은 신입사원을 ‘소개’ 방식으로 채용했다. 디자이너·개발자를 모집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개 추천을 받는 이벤트(이음신의 공개 프러포즈)를 2주 동안 진행했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 회사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구직자를 추천해 입사가 이뤄지면 당사자를 소개한 이들에게 노트북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네오위즈는 최근 공개 채용에서 게임회사다운 면접을 치렀다.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게임 용어를 사용해 질문을 던진 것. “당신은 전사와 법사·사제 중 어떤 타입인가요?” 전사·법사·사제는 이 회사의 주력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들이다. 게임 특성에 대한 지원자들의 이해도와 순발력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LG유플러스는 9월 입사를 앞두고 인턴사원 170명 전원에게 ‘LTE 광고 만들기’를 수행 과제로 냈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차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사업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인턴사원들은 ‘속도가 품질이다’ ‘LTE 이용자의 빠른 하루’와 같은 문구와 함께 LTE의 장점을 잘 살린 광고를 만들어 선보였다. 광고 품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들은 채용에 가점을 받았다.

 수상자들은 “LTE 광고를 직접 만들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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