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투구수 100개 넘으면 강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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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던지건 못 던지건 무조건 1백개야. "

5일 프로야구 개막경기 직전 두산 김인식 감독은 선발투수 조계현에게 투구내용에 관계없이 투구수가 1백개 되면 강판시킬 것임을 통보했다.

그리고 김감독은 눈부시게 호투하던 조가 8회초 1사 후 투구수 98개가 되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 '약속대로' 조계현을 내려보냈다.

이날 개막전에 등판한 선발투수의 투구수는 약속이나 한 듯 1백개 정도로 비슷했다.

신생팀 SK의 깜짝승 주인공 김태석의 투구수는 94개. 20승 투수 현대 정민태와 삼성 선발 노장진의 투구수는 99개, LG 승리투수 해리거는 1백1개를 기록했다.

해태 선발 최상덕(79개)과 한화 한용덕(86개), 롯데 주형광(78개)은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아 조금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을 뿐이다.

감독들은 선발투수의 '4월 1백개' 를 가급적 지키려 한다.

시즌 초반 날씨가 쌀쌀해 어깨가 덜 풀린 상태에서 무리할 경우 어깨에 이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 이제 국내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처럼 투수 보호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이날 첫 승을 따낸 LA 다저스 박찬호의 투구수가 93개였던 반면 지난 3일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선발투수 가네무라의 투구수는 무려 1백45개였다.

두 나라 프로야구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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