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감청, 한국계은행 영업계획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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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최근 한국계 은행의 런던 과다진출을 지적하고 런던에 지점을 두고 있는 은행들에 대해 그 이유를 재검토하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3년간의 영업계획서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또 오는 5월로 예정된 연례 한.영 금융감독 정책협의회를 앞두고 한국 금융감독원도 11개의 한국계 은행 런던지점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하면서 런던지점의 존재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앞으로 상당수의 지점이 폐쇄될 전망이다.

FSA는 한국은행 런던사무소를 통해 한국계 은행에 회람시킨 서한을 통해 "감독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런던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수준이 어떻게 중기에 걸쳐 11개의 한국계 은행 지점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FSA는 "따라서 한국계 은행들이 런던에 지점을 두고 있는 이유를 재검토하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3년간의 구체적인 영업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FSA 마이클 에인리 신흥시장국장 명의의 이 서한은 그러나 "FSA가 어떤 은행이든 강제로 문을 닫도록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한국계 은행들 및 한국 관계당국과 함께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FSA는 이에 앞서 서한 발송이 정상적인 감독업무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지난 97-98년 위기가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국의 은행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으며 이 때문에 FSA로서는 감독과 감시를 강화할 수 밖에 없었고 일부은행들은 국내에서의 합병 및 인수로 인해 이미 런던을 떠났다"고 말했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한국이 감독체계와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엄청난노력을 기울였으며 경제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이라고 FSA는 말했다.

FSA는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주요 은행들이 전략과 영업을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며 몇몇 은행은 이미 재검토중"이라고 지적하고 "그같은 재검토에 런던에서 영업을 하는 논리적 근거도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FSA가 한국계 은행의 과다진출을 문제삼은 것은 오는 5월로 예정된 한국 금융감독위원회(FSS)와의 연례 정책협의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달부터 1개월 예정으로 실시중인 외환은행(현지법인포함), 한미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등 4개 은행 5개 점포에 대한 특별검사도 런던지점의 존재 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사기간중 검사 요원들은 피검기관 관계자들에게 런던지점의 존재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감독원도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제외한서울의 각 은행 본점 국제부에 런던지점의 존재이유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의 한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적으면 2개, 많으면 3-4개의 한국계 은행런던지점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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