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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암탉의 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1호 02면

일본의 데즈카 오사무 감독이 TV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을 선보인 것이 1963년 1월. 한국의 신동헌 감독이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극장에 내건 것이 1967년 1월. 차이는 4년밖에 안 나지만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한발 앞서간 나라는 세계 최강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애니메이션 대국이 됐고, 한발 뒤처진 나라는, 음, 그렇지 못했습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간단히 줄이자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보는 사람이 모두 하나 되어 좋아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주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쓰였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사진)이 10일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죠. 한국 애니 사상 최고 기록이고, 기록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로보트 태권V’ 디지털 복원판(2007년)의 72만 명이었습니다.
조짐은 지난달 시사회 때부터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제작진도, 배급사도, 투자자도, 평론가도 모두 얼굴이 밝았거든요. 다들 말은 아꼈지만 얼굴마다 “이 정도면…” 하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물론 갈 길이 멉니다. 일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본 사람이 24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래도 어떻습니까. ‘이렇게 하면 된다’는 성공 사례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암탉이 설치더니, 기어코 알을 낳았네요. 그리고 암탉은 마당을 나왔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한국 애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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