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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교체론 나오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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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TV토론이 열린 아이오와주 에임스를 찾았다. 미트 롬니·미셸 바크먼·팀 폴렌티 등 유력 후보들의 거친 언사 속에 담긴 선거전략은 한결같았다. “오바마노믹스(오바마의 경제정책)는 실패했다. 오바마 리더십으론 위기에 빠진 미국을 구할 수 없다”는 거였다. 상황은 분명해졌다. 2012년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는 또다시 경제다. 러시아의 푸틴 총리까지 미국을 향해 “기생충 국가”라고 말하는 현실을 1년여 만에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대통령 선택 기준은 한국에 비해 단조롭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수 있는 헌법 구조, 양당제가 확립된 정치구조상 그렇다.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인가(stay the course), 아니면 방향을 바꿀 때인가(time for change)에 대한 판단이 첫 번째다. 그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려움에 처했다. 현직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 ‘지속’이지 ‘변화’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벌어지는 상황은 “지금처럼”을 내세울 계제가 아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누구냐와 상관없이, 오바마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가 미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미셸 오바마는 지난 4일 남편의 50세 생일을 맞아 “지금껏 20년 이상 고락을 같이하면서 내가 남편에게 느끼는 가장 큰 경이로움은 어떤 상황에서도 큰 그림을 그리며 대처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08년 오바마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지명할 때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인구가 많은 큰 주의 주지사나 상원의원을 내세울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오바마는 연방 하원의원이 1명뿐인 작은 주 델라웨어의 조 바이든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전통적인 득표 셈법을 포기하는 대신 의회 내 외교안보 전문가의 기용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대세를 몰아가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위해 오바마가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더글러스 와일더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최근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조 바이든에서 힐러리 클린턴으로 바꿔야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수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이 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바이든의 효용가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주당 진영에선 인기 많은 클린턴 외에 경제에 밝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마크 워너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을 새 부통령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에게 부통령 후보의 교체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함께 고생한 정리(情理)는 잠시 잊더라도,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역사적으로도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후 부통령 후보를 교체한 대통령은 없었다. 부통령 후보가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도 없다. 그러나 선거를 1년여 앞두고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부통령 교체론 자체가 오바마가 얼마나 큰 위기에 처했는지를 보여주는 증표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바마에게 변화가 필요할수록, 많은 미국인이 40년 경험의 노회한 정치인 바이든을 쳐다보게 될 것이다.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아이오와주 에임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