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거래소.코스닥시장의 급락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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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이 모두 폭락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지난 29일 종합주가지수가 908.51을 기록한 뒤 전날까지 연사흘째 하락하면서 지수 850선이 붕괴됐으며 이날 한때 820선마저 무너졌었다.

코스닥시장 급락의 골은 더욱 깊어 지난달 10일 코스닥종합지수가 283.44를 기록한 뒤 한두차례의 반등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결국 이날 190선마저 무너졌다. 연 닷새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낙폭이 커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같은 두 시장의 급락세 배경에 대해 최근 세계시장에서 일고있는 첨단주 거품론이 국내시장에도 그대로 옮겨진 데다 시장내부적으로는 만성적인 수급불안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당분간 이같은 조정국면이 이어지면서 거래소시장은 지수 810∼820선,코스닥시장은 180선 언저리에서 1차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래소시장= 급락세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는 코스닥시장과 마찬가지로 아무래도 세계 증시의 첨단주 급락에 따른 지수관련 대형주들인 통신주들의 폭락을 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기 시작한 뒤 최근 세계적인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의 유명 전략가들이 잇따라 첨단주의 거품을 지적하면서 전세계 시장에서 첨단주들이 급락세로 돌아섰으며 국내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또한 지난해 40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로 인한 물량압박이 가중되고 코스닥시장으로 자금일부가 몰려간데다 주식형 자금의 유입이 단절되면서 투신권의 매수여력이없어지는 등 만성적인 수급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급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시장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최근들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데 한 몫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관들의 손절매(stop-loss)물량까지 쏟아지고 있는데다 총선이라는 변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향후 지지선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일단 지수 810∼820선 사이에서 1차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800선 붕괴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최후의 지지선'을 통신주들이 상승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10월의 저점이었던 780선 정도로 보고 있다.

■코스닥시장=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반독점 소송 사건과 기술주 거품론이 국내 코스닥시장을 연이틀 폭락시키는 일대 광풍을 몰고 왔다.

MS사의 반독점 소송 사건 법정외 화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일 나스닥시장 선물지수인 GLOBEX가 폭락했다.

국내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은 4월 첫 장인 3일 나스닥 선물지수가 폭락세를 보이자 투매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며 손절매에 나섰으며 특히 MS 반독점 소송 사건이 현물시장에도 반영돼 미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대로 폭락하자 4일 코스닥시장은 폭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수관련 대형주들은 물론 상승세를 거듭하던 신규 등록종목들 중에서도 투매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목에서 하한가 잔량이 무더기로 쌓였지만 사자 세력이 거의 없어 거래량이 6천만주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소강국면을 보였다.

전형범 LG투자증권 투자전략가는 "이번 코스닥시장 대폭락은 시장 외적인 충격으로 초래된 것인 만큼 외부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시장이 오늘 당장 반등하기는 어렵겠지만 단기 하락폭이 심해 내일부터는 기술적 반등도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추세를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동양증권의 서명석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코스닥등록기업들의 유무상증자에 따른 수급불안도 하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달에만 신규로 쏟아지는 물량이 7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시장이 회복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닥시장은 매매 주체들 간에 시장 추세를 확인하는지루한 매매공방을 벌일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1차 지지선은 지난해 7, 8, 9월에매물벽을 형성했던 180-190선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임상수.권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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