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트린 열쇠 수색해준 해군

중앙일보

입력

"평소 권위적이라 생각했던 군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실수로 바다에 빠뜨린 열쇠를 잠수부까지 동원해가며 찾아 주려고 노력한 해군의 모습을 본
경남 창원시 사파중 李봉준 (35)
교사의 소감이다.

李교사가 진해 해군사관학교안 바닷가에서 열쇠묶음을 바다에 빠뜨린 것은 2일 오후 4시쯤. 군항제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관람용 거북선을 타기위해 줄을 서 있던 중이었다.

무심코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묶음을 꺼내는 순간, 손가락이 호주머니에 걸리면서 쥐고 있던 열쇠뭉치를 바다에 빠뜨린 것이다.

李교사는 앞이 캄캄했다. 열쇠묶음에는 승용차.아파트 열쇠가 한꺼번에 매달려 있어 이동할 수도 없고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고민을 하다 해군사관학교 당직실을 찾아 갔다. 李교사의 사정을 들은 당직사관 李용철 (해사46기.32)
대위는 해군작전사령부 특수전여단 당직실로 연락, 심해 잠수사의 파견을 요청했다.

李대위의 연락을 받은 曺재영 (25)
하사 등 3명의 심해 잠수요원들이 10분만에 달려와 열쇠 수색작전에 들어갔다.

해군 특수요원들은 약 1시간동안 손으로 수심 5m쯤 되는 바다밑을 샅샅히 훑었지만 열쇠를 찾을 수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야확보가 더욱 어려웠던 것이다.

허탕을 친 曺하사는 "짙은 수초와 뻘 때문에 시야가 20~30㎝밖에 안돼 열쇠를 찾지 못했다" 며 李교사에게 오히려 미안해 했다.

李교사는 李대위의 도움을 받아 견인차를 불러 차량을 해군사관학교 밖으로 옮겨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열쇠수리상을 불러 출입문을 열고 열쇠뭉치를 새로 갈았다.

李교사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이러한 소동끝에 아파트안으로 들어온 그에게 李대위로 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李대위는 "집 안으로 무사히 들어갔는지 걱정이 돼 연락했다" 며 李교사의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李대위는 李교사의 연락처 등을 적어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李대위는 신분을 확인하려는 李교사에게 "우리 학교를 찾아온 손님에게 당연히 해야될 일을 했을뿐" 이라며 본인의 이름을 알려지는 것도 꺼려했다.

진해 =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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