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궁 “미국 신용등급 더 내려간다, 분명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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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젠중 회장. [블룸버그]


중국은 AA+, 미국은 AA. 중국 신용평가사 ‘다궁(大公)’이 지난해 7월 국가신용등급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여겨졌다. 미국과 환율전쟁을 벌이던 중국 정부가 국가신용등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다궁은 주위의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지난 3일엔 다시 A로 낮췄다. 그리고 지난 5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그제야 세계 유력 언론이 다궁을 주목했다. 미국 경제전문 사이트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중국의 다궁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동안 S&P는 머뭇거렸다. 그것도 두 번이나”라고 적었다.

 ‘S&P 사태’ 이후 다궁의 관젠중(關建中·57) 회장은 해외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시달린다고 했다. 10일 e-메일을 통해 관 회장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미국 신용등급은 틀림없이 더 내려갈 것”이라며 미국에 또다시 경고를 날렸다.

 -미국 신용등급 추가 강등을 확신하는 이유는 뭔가.

 “미국은 재정 수입 증가가 매우 더디고, 적자 규모도 많다. 정부 부채는 끊임없이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정치권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부채 상환 능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신용등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시기는 미국의 상환 능력과 의지에 달렸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발 앞서 미국 신용위험을 공정하게 평가해 알릴 것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중국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중국엔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 정부는 위기의 근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돈을 더 뿌리는 3차 양적완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그 어느 것도 미국 국채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 경제 관료들이 정책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외환 보유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 미국 국채에 계속 투자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미국 채무 상환 위험이 커지면 중국의 투자 정책은 조정될 것이라 확신한다.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투자처를 다변화하게 될 것이다.”

관 회장의 대답은 단호하고 명확했다. 다궁은 현재 중국 5대 중앙부처와 21개 지방정부에 대한 고문 역할도 하고 있다. 다궁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아직 약하다. 평가 체계가 미흡하고, 현지 실사를 거치지 않은 데다 중국의 이익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엔 부채가 2조 위안(약 340조원)에 가까운 중국철도부에 ‘AAA’ 등급을 매겼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관 회장은 이 같은 비판에 초연했다. 오히려 “세상에는 더 정확한 것들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다궁의 신용 평가는 얼마나 믿을 만한가.

 “다궁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시기에 국제 무대에 등장했다. 만약 세계경제가 실제 오류로 드러난 평가에만 계속 의존한다면 인류는 영원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회사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다.”

김혜미 기자

◆신용평가사 다궁(大公)=1994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경제무역위원회(현재 중국 상무부로 합병)의 승인을 받아 설립됐다. 직원은 석·박사급 200명, 박사연구원 50명을 포함해 500명 정도다. 중국의 5개 중앙부처와 21개의 지방정부를 비롯해 주요 은행과 기업의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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