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hale, 2년 만에 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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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몽환적 전자음을 구사하는 밴드 ‘W & Whale’. 왼쪽부터 김상훈·웨일·배영준·한재원.


2000년 결성된 남성 3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더블유(W)는 완성도 높은 팀이었다. 그룹 코나 출신 배영준이 빚어내는 독특한 사운드 덕분에 팬층도 두터운 편이었다. 하지만 늘 한 켠이 아쉬웠다. 단단한 보컬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난 게 웨일(Whale·본명 박은경)이다. 2006년 오디션에서 1000명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선발됐다. 프로필에 손으로 쓴 ‘저를 발견해주세요’라는 당찬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 불렀더니 더블유의 음악에 딱 맞는 보컬 음색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죠. 스물두 살짜리 여성 보컬이 내기 힘든 목소리였어요. 이 사람이다 싶었죠.”(배영준)

 더블유와 웨일의 만남은 ‘W & Whale’이란 프로젝트 그룹으로 이어졌다.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웨일의 달콤한 음색이 올라타면서 관심을 끌었다. 2008년 1집 ‘하드 보일드’를 내자마자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스 댄스·일렉트로닉 음반과 노래 부문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왔다. 영국의 시사문화잡지 ‘모노클’이 꼽은 ‘2010년 가장 참신한 아티스트’로 꼽혔다. 라디오헤드·U2 등 세계적인 그룹이 거쳐간 이 잡지의 연말 음악회와 인터뷰에도 초대됐다.

 “영국에서 공연도 하고 라디오 방송에도 참여했어요. 팀의 자신감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됐죠. 인터뷰를 하는데 누군가 굉장히 큰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나요. 알고 보니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이더라고요. 하하.”(웨일)

 2009년 1.5집 ‘랜덤 태스크스’ 이후 소식이 뜸했다. 그들이 미니앨범 ‘서커스’를 들고 2년 만에 돌아왔다. 괜한 공백이 아니었다.

더욱 농도 짙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어냈다. 거칠어진 전자음에 날이 잔뜩 선 웨일의 목소리가 전작과 사뭇 다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번 앨범의 얼굴이라 할 만한 ‘소녀곡예사’를 비롯해 타이틀곡 ‘브레이크 잇 다운’까지 강렬한 리듬이 몰아친다.

 “좀 더 사운드가 강렬해진 게 사실이에요. 늘 새로운 걸 들려드리는 건 음악 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죠.”(배영준)

 이 그룹은 멤버 네 명 전원이 곡을 쓴다. 매달 한 번씩 숙제하듯 곡을 써온다. 멤버끼리 품평회를 한 다음 앨범에 담을 곡을 결정한다. 배영준은 “4인조 밴드라면 각자의 역할이 4분의 1씩 되는 게 가장 좋다. 우리 밴드는 각자 역할이 또렷한 편이라 생명력이 긴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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