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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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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젖소를 길러 우유를 생산하는 업이 낙농(酪農)이다. 우유로 치즈·버터·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 소뿐 아니라 염소·양·낙타의 젖도 유제품 원료다. 역사는 최소 6000년 됐다. 이집트 나일강 변에서 발견된 소젖을 짜는 벽화가 기원전 4000년께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우유를 ‘완전식품’이라 했다. 그 뒤 서구문명은 유제품을 성장과 생존의 필수품으로 대우했다. 우리 역사에는 『삼국유사』에 치료를 위해 락(酪)을 썼다는 구절이 나온다. 조선시대 왕실이나 양반집에서는 소젖을 넣은 죽을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반론도 있다. 15년간 우유의 폐해를 추적해 온 프랑스 보건 전문기자 티에리 수카르는 몇 년 전 『우유의 역습』이란 책을 냈다. 우유 속 IGF-1이라는 성장인자가 인체의 발육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게 성인의 암세포 증식도 돕는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혈중 IGF-1 농도가 높은 사람이 암 발병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또 우유가 골다공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인체에는 파골(破骨)세포가 오래된 뼈를 파괴하고 조골(造骨)세포가 새 뼈를 만든다. 골다공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두 기능이 다 좋아야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유제품을 과다 섭취하면 조골세포의 기능이 일찍 고갈돼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유 소비량이 최고인 북유럽과 북미 선진국이 골절률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도 우유는 이슬 머금은 목장 풍경 광고와 함께 아침 식탁에 오른다. 하지만 조만간 공급에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원유(原乳)가격 인상폭을 놓고 낙농가와 우유회사들이 며칠째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몇 번 연장한 협상 시한이 오늘이다. 낙농가는 오늘도 결렬되면 내일부터 무기한 납유(納乳) 거부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원유 납품가는 지난 3년간 동결돼 현재 L당 704원이다. 낙농가는 그동안 사료값 하나만 따져도 27%나 올랐다며 납품가를 173원(24.6%)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유회사들은 81원 이상은 안 된다고 맞선다.

 제조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싸웠다면 벌써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 팔을 비틀었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납품가를 동반성장을 해치는 대표적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인데도 원유 납품가 싸움에는 왜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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