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등 도시정비사업 어떻게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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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기자] 정부가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제도 전반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정비사업의 중단 및 지연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 1508개 재개발·재건축 사업 가운데 38%가 지연 또는 중단됐고, 8개 뉴타운 지구가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해제된 상태다.

정비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한기간도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에 불만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주민 간 갈등 예방, 정비구역 해제 요건의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공공부문의 관리·지원을 강화하고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장기 표류` 정비사업 원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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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선안에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장기간 표류 중인 각종 뉴타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돕는 방안이다.

우선 민간 조합 주도의 도시재정비사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행정·재정적으로 조합을 지원하는 `공공관리제도`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공공관리제는 구청장이나 산하 공사가 추진위원회 설립, 설계·시공사 선정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제도지만 앞으로는 이주대책과 관리처분계획 수립 지원도 공공관리제 업무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보통 관리처분계획 수립이나 입주자 이주·철거 단계에서 조합원 간 분쟁과 소송 제기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구청장 등 공공관리자가 사전에 관리처분계획을 한국감정원 등 공공기관에 의뢰해 검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공공관리제가 적용되는 정비사업장에서는 추진위 구성 단계를 생략하고 공공관리자가 기존의 추진위 역할을 대행할 수 있게 된다.

뉴타운사업 기반시설 설치비 지원 규모를 지난해 120억원에서 올해 500억원으로 늘리고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의 점용료와 사용료를 면제하는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공공 지원과 더불어 규제 완화를 통해서도 난관에 봉착한 정비사업의 추진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수도권 재건축 사업과 전국 뉴타운 사업에만 적용되던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를 전국의 모든 정비사업에 전면 도입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에 따른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완화한다.

용적률 인센티브란 정비사업의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법적 상한까지 허용하는 대신 증가된 용적률의 일부에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현재 과밀억제권역 뉴타운 지역에는 늘어난 용적률의 50~75%에 임대주택을 짓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이 비율이 30~75%로 줄어든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인근의 정비구역에서는 2분의 1의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밖에 재개발 사업지의 임대주택 건설비율도 지자체별로 탄력 조정된다.

가구 수의 17%로 규정된 수도권 재개발 사업장의 임대주택 건설비율은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17~20%로 강화되는 반면 비 과밀억제권역에서는 8.5~17%로 완화된다. 비 수도권 지방은 현행 8.5~17%에서 5~17%로 완화된다.

4층 이하로 재개발하면 임대주택 건설의무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개선안은 투명한 조합 운영과 세입자 이주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정비사업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을 없애는 데도 역점을 뒀다.

사업비 증가로 분쟁이 발생하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사업비가 10% 이상 늘어나는 내용의 사업시행계획 또는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로 통과 기준을 강화했다.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사람과 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고 총회에 상정되는 시공사 숫자를 3개에서 6개로 늘려 공정한 경쟁 입찰을 촉진하기로 했다.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해당 지역의 주거실태 조사를 의무화해 세입자 대책 수립에 활용하도록 했고, 재개발 사업구역 세입자의 전세자금 대출 상환기간 연장을 검토키로 했다.

`안 되는` 뉴타운 "해제는 쉽게…지정은 어렵게"

부동산 활황기에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너도나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거품이 가라앉은 뒤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뉴타운 정비구역이 많아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진위 또는 조합 설립 동의자의 2분의 1~3분의 2가 동의하거나 토지 소유자의 2분의 1이 동의하면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새로 추진되는 정비사업에서는 각 진행단계별로 일정 기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일몰제`도 도입한다. 정비구역 지정에서 추진위 승인 신청까지 3년 이내, 추진위 승인에서 조합인가 신청까지 3년 이내, 조합 설립에서 사업인가 신청까지 3년 이내에 각 사업 단계를 마무리해야 한다.

무분별한 정비사업 지정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지정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허용한 특례 조항을 폐지하고 뉴타운 계획의 주민공람·공고 기간을 현행 14일에서 30일로 연장한다.

노후·불량 건축물의 수와 연면적이 전체 구역의 3분의 2 이상이 돼야만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지정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아파트 중심의 전면 철거형 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보전과 관리, 개발이 동시에 가능한 다양한 방식의 정비사업을 새롭게 도입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상태가 양호한 단독주택지에서는 지자체가 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주택을 개량하는 `주거지재생사업`이 가능해진다.

또 30~100가구 또는 1000~5000㎡의 소규모 사업지에서는 기존의 구획을 유지하면서 블록 단위 내에서 정비사업을 벌이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도 선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기존 도시구조를 유지하고 이주수요를 최소화하면서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모색한 방안"이라며 "노후한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7층 이하로 건설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각종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에 관해 10년 단위의 중장기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지자체가 기본방향에 부합하는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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