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90% 잘못된 자세가 원인 … 집안 일 할 때도 척추 바로 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4면

주부의 허리는 괴롭다. 반복되는 가사로 척추가 활처럼 휘는 날이 부지기수다. 구부정한 자세 탓에 허리통증(요통)을 호소하는 주부가 많다. 이를 방치하면 척추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가사노동 중 허리를 굽게 만드는 주범은 ‘진공청소기’다.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청소기를 돌릴 순 없을까.

허리 많이 굽히는 기존 청소기 통증 불러

세탁기·식기세척기 같은 가전기구가 보편화되며 허리 굽힐 일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항상 사용하는 진공청소기는 아직도 주부의 허리를 휘게 한다.

 필립스전자 차호근 대리는 “대부분 진공청소기는 먼지를 흡입하는 봉에 손잡이가 없어서 직접 봉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사용 시 허리를 최대 60도까지 굽혀야 한다”고 분석했다.

 허리를 굽힐수록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고강훈 원장은 “똑바로 서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힘의 강도를 1로 치면 15도씩 굽을 때마다 1의 힘이 추가된다. 60도면 4의 힘이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손잡이가 없는 진공청소기는 허리뿐 아니라 손목에도 무리를 준다. 손으로 움켜쥐는 청소기의 봉 끝부분은 유선형의 ‘ㄱ’자다. 청소기 사용 습관에 따라 손목을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꺾어야 한다.

 허리를 굽게 만드는 진공청소기가 주부를 괴롭힌다는 사실은 외국 조사에서 확인됐다. 2008년 2월 프랑스에서 41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71%가 진공청소기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 후에 허리·손목·팔꿈치·등·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가장 많은 통증을 호소한 부위는 허리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사정과 무관치 않다. 필립스전자가 2010년 300명의 국내 주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주 5회, 1년에 80시간 이상 청소기를 사용했다. 60%는 매일 청소기를 돌렸다.

 고 원장은 “주부는 허리를 숙이는 집안일로 요통을 호소한다. 잘못된 자세가 10~20년 지속되면 결국 척추에 무리가 가고 허리병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손잡이 있는 인체공학 청소기 써 볼만

건강한 척추는 측면에서 봤을 때 ‘S’자다. 그래야 허리도 편하다. S자를 유지하기 위해 인대와 근육이 각각의 척추를 연결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허리를 구부정하게 만드는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 반복 노동, 부상으로 문제가 시작된다.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아 허리근육이 굳고 염증이 생긴다. 결국 근력이 떨어진다. 인대도 딱딱해져 척추를 단단히 잡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의 일부가 짧거나 늘어진 상태로 변한다. 요통이 찾아오는 것이다.

 척추 주변 조직이 힘을 잃는 요통을 방치하면 척추가 중력의 영향으로 점점 주저앉는다. 척추뼈 사이가 좁아지면서 디스크가 눌리고 튀어나오는 ‘추간판탈출증’이 생길 수 있다. 척추 중앙에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 척추를 정면에서 봤을 때 좌우측으로 휘는 ‘척추측만증’ 같은 척추질환 위험도 있다.

 요통과 척추질환은 척추뼈·근육·인대·신경·혈관·디스크(추간판)의 종합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다. 고 원장은 “운동 부족으로 허리근력이 약한데 구부정한 자세를 지속하면 허리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자생한방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요통환자 중 교통사고, 낙상 같은 외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10%에 그친다. 90%는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었다.

 일상에서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게 허리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인 셈이다. 주부가 요통을 줄이려면 집안일을 할 때 허리를 숙이는 동작을 줄이고 척추를 바로 펴야 한다.

 최근 허리 굽힘을 최소화한 인체공학 청소기(필립스 ‘에르고핏’)가 나와 허리 부담을 줄였다. 청소기 봉을 두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듀얼 핸들’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차호근 대리는 “특허 받은 듀얼 핸들 덕에 허리를 15도만 숙이고 청소할 수 있다. 손목 비틀림도 없다”고 설명했다.

 허리통증을 줄이려면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적합한 운동은 수영, 오래 걷기, 스트레칭, 가벼운 등산이다. 고 원장은 “골프나 테니스처럼 한 방향으로만 하는 편측운동은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황운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