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 공포 떠는데 … 유럽 빅3 정상은 ‘휴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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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들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국제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영국·프랑스·독일의 정상들은 해외 휴가지에 머물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달 말부터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2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는 영국 서남부 콘월 지방에서 조용히 지냈다. 올해 봄 부활절 휴가 때는 저가항공을 이용해 스페인에 다녀왔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도자로서 비용을 아낀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친구 가족과 함께 일주일 임대료가 9500파운드(약 1600만원)인 저택을 통째로 빌렸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일 프랑스 동남부 네그르 곶에 있는 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별장으로 떠났다. 휴가 기간은 3주다. 그는 휴가를 떠나기 직전에 장관들에게 “휴가라고 해서 일을 그만두면 안 된다. 언제든 연락이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 몇몇 장관이 연락 두절됐던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주 이탈리아 북부의 산악지대에서 휴가를 시작했다. 프랑수아 비용 프랑스 총리도 휴가지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영·불·독 3국의 총리가 모두 유럽 경제위기의 새 진앙지로 떠오른 이탈리아에 있다.

 영국의 언론과 야당은 “리더십 공백 상태”라며 비난하고 있다. 닉 클레그 부총리는 프랑스로,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휴가를 떠나 정부의 핵심 3인이 모두 국외에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금융시장이 휴가를 강제로 끝내기 전에 총리 스스로 자리로 복귀하라”는 성명을 냈다. 프랑스에서도 올해 G8(주요 8개국)·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복귀해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가고 있다.

 하지만 영·불·독 3국 정상은 집무실로 돌아갈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전화로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등 휴가지에서의 ‘재택 근무’로 대신하고 있다.

 반면 국채 금리 급증으로 외화 조달 어려움에 직면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상은 휴가 계획을 취소했다. 과도한 휴가와 파티로 자주 구설에 올랐던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장관들에게 수도 로마를 떠나지 말도록 지시했다. 그는 지난 5일 “긴급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도 자국 남부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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