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쓸 달러 있으면 서둘러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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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소식에 가장 혼란스러운 사람은 투자자다. 지난주 나흘간의 주가 하락으로 코스피는 11% 가까이 급락했다.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을 대세로 보고 환전을 미뤘던 유학생, 그들도 원화가 급락세로 돌변하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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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주식 팔아야 하나=최근 급락장에서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던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관련 주식은 폭락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투자의 대명제를 고려하면 저가 매수의 유혹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은 기다리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박연재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주식시장에 한두 번은 더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금융구조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②환전은 언제 하나=8월은 환전 수요가 많은 달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당장 필요한 달러는 가급적 빨리 바꾸되, 시기 조절이 가능한 중장기 자금은 기간을 분산해 환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우선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최근 세계적인 경제 침체 우려로 이어진 원화 약세(달러 강세)의 기조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위기 시에 늘 사람들은 안전 자산인 달러를 확보하길 원했다”면서 “이번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자국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장기화되면 중장기적으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윤인구 연구위원은 “이번 충격이 해소되고 다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오면 원화는 다시 종전의 강세 기조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물가 오름세에 대한 정부의 걱정을 감안할 때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만 안정된다면 원화 가치는 다시 1050원대 이하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③금 사야 하나=금값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국채가 흔들리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중에서 금의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이 제한돼 있는 금의 특성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이 금에 굶주리면 금값은 다른 금속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오른다”고 밝혔다. 따라서 금 관련 펀드나 골드바에 투자했다면 당분간 묻어두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값이 올 들어 17%나 오른 점은 부담이다.

윤창희·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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