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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크루즈 관광 … 항구 경쟁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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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계 2위 크루즈선사인 미국 로열캐리비언 ‘레전드호’가 승객 1800명을 태우고 4일 새벽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했다. 사진은 선상 야외수영장. [송봉근 기자]


전남 여수시의 관광과 직원들의 최우선 목표는 크루즈선 유치다. 내년 5월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여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중국인들은 여수엑스포를 찾을 외국인 관람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행기 여수시 해양관광수산국장은 “해외 관람객의 70%를 차지할 중국·일본인 유치를 위해 크루즈선 항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루즈선 유치를 위해선 국내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관광 상륙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국내 항구 도시들이 크루즈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최근 크루즈선 승객에 대한 ‘관광 상륙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말부터 크루즈선에 탄 승객은 무비자 상태로 최장 3일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게 된다.

 부산과 인천, 제주, 여수 등 주요 항구 도시들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는 조속한 제도 시행을 법무부에 요청하고, 지역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난 4일 부산항에 입항한 로얄캐리비언 크루즈사의 ‘레전드호’(7만t급)를 시작으로 크루즈선의 모항(母港)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항이란 승객들이 관광을 위해 잠시 내리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승객들이 타고 기존 승객 타고 내리는 곳을 말한다.

 인천항도 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 30여 척으로 늘어난 인천항 기항 크루즈선의 항로가 대부분 중국 도시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방여진 인천항만공사 크루즈 담당은 “크루즈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 크루즈 전용 부두 및 면세점 개설 등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는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중국과 일본의 크루즈 여행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코스타 크루즈와 ‘빅토리아호’(7만5000t급)의 운항 양해각서를 맺은 이후 총 3건의 운항 약속을 받아냈다. 여수엑스포 조직위도 로열캐리비언 크루즈사 등 세계 정상급 크루즈 선사 4곳과 운항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관광 상륙허가제의 실시에 따라 국내 유일의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지역’이란 지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주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제주는 다른 항구 도시에 비해 중국인들의 구미에 맞는 음식이나 숙박·쇼핑 시설 등이 미흡한 만큼 중국인을 겨냥한 숙박과 음식, 교통 체계를 적극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최경호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크루즈선(Cruise Ship)=항해와 유람을 동시에 즐기기 위해 건조된 여객선으로 1000명 이상이 탄다. 5만~22만t 규모의 배 위에서 숙박과 식사, 레저를 즐길 수 있어 ‘떠다니는 리조트’로 불리운다. 세계적으로 매년 1200~1300만명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북극, 멕시코, 남미 등을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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