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통합교양교육의 산실 ‘후마니타스 칼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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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경희대가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들이 눈에 띈다. 올해 신입생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후 마니타스 칼리지 교양교육과정과 세계 석학을 초대해 국제현안을 토론하는 글로벌 콜레보러티브가 대표적이다. 모자이크 장학제도도 신선하다. 성적 순으로만 지급하던 장학금 제도의 관행을 깨고 국제화·사회봉사·학업·기타 등 4개 영역에서 잠재력을 발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경희대는 올해부터 경희대 학부생의 교양교육을 총괄하는 통합교육기구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한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학부생 전체를 대상으로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국내에선 첫 사례다.

 대학의 교양수업은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학문적 기초소양을 익힘으로써 통합학문의 기본을 닦는 과정이다. 그러나 최근엔 학점을 잘 주는 과목으로만 수강생이 몰리거나 교수 개인의 실력에 따라 강의의 질이 결정되는 등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학별로 교양교육의 체계적인 발전·관리에 소홀하면서 비롯된 문제다. 경희대 철학과 우기동 교수는 “백화점식 교양수업의 나열에서 벗어나 일관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서 교양교육이 자리매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교양수업을 개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각 교육단계를 개발·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교양교육의 본래 취지를 되찾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서울·국제캠퍼스 구분 없이 모든 경희대 신입생들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양교육과정을 밟아야 한다. 총 35학점 이상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이 과정은 크게 중핵교과·배분이수교과·자유이수교과·기초교과로 구성된다. 중핵교과는 인간의 가치 탐색, 우리가 사는 세계 등 인간·사회에 대한 기본이해를 탐구한다. 기초교과는 글쓰기·영어·시민교육으로 구성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교육 박숙경 전담교수는 “1학년 때 인간·사회에 대한 기본이해와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배우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며 “한사람으로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덕목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민교육교과는 사회봉사활동을 교육과정 내에 포함시켜, 실천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함께 익히도록 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양교육과정의 철학을 엿볼 수있는 대목이다. 박 교수는 “개인의 능력, 시민으로서의 책임감, 공동체 의식을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는 대학생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의미를 말했다. 시민교육 수업을 들었던 서기산(회계·세무학과 1)씨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며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덕목은 죽은 지식이 아닌 실천하는 자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핵교과와 시민교육, 글쓰기 등 핵심과목은 강좌당 수강인원 수를 20~40명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발표·토론의 수준이 높아지고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는 줄었다. 교수·학생 간 의견교류는 더 활발해졌다. 왕진오(경영학과 1년)씨는 “교수들도 학생의 수업평가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며 “내 의견이 수업에 반영된다고 생각하니 수업참여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학문분야를 탐구하고 기초소양을 쌓을 수 있는 배분이수교과 과정도 눈에 띈다. 이 과정은 자연·우주·물질·기술, 평화·비폭력·윤리, 논리·분석·수량세계 등 총 7개의 주제영역으로 구성됐다. 7개의 주제영역 중관심분야에 맞게 5개 영역을 이수하게 된다. 우 교수는 “발표·토론·글쓰기 등 기본수학능력은 물론 다양한 학문의 기초소양까지 익힐 수 있는 틀이 잡힌 교양교육과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설명] 경희대가 지난 3월 평화의 전당 홀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대학과 인류 그리고 미래 문명’이라는 주제로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경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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