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이중 침체, 소프트패치=가벼운 숨 고르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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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22면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세계경제를 얘기할 때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단골로 나오는 단어가 ‘더블딥’이다. ‘이중(double)’과 ‘하락(dip)’이란 단어를 이어 붙인 이 말은 경기 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현상을 뜻한다.

알기 쉬운 경제용어 더블딥 & 소프트패치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경우에 경기 침체로 규정한다. 더블딥은 이런 경기 침체가 두 번 계속된다는 뜻이다. 즉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끝나고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하던 경기가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것을 말한다.

더블딥은 198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신조어다. 보통 기업 투자가 부진하고, 민간소비가 약화됐을 때 생긴다. 경기 저점에 달한 뒤 곧바로 상승세를 타는 ‘V자형’이나, 경기 저점에 달한 뒤에도 곧바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한동안 침체를 지속하다 서서히 상승세를 타는 ‘U자형’ 등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더블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의 상황은 더블딥이 아니라 ‘소프트패치(soft patch)’라는 주장도 있다. 소프트패치는 경기 침체가 더블딥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고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정도일 때, 즉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만든 조어다. 2002년 11월 당시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자, 골프장 페어웨이의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한 부분을 가리키는 ‘라지패치(large patch)’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소프트패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기획재정부의 전망은 더블딥보다는 소프트패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5일 “미국처럼 거대한 국가의 경제가 한꺼번에 나빠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경기지표가 한꺼번에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지난 6월 세계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 얘기하며 “세계경제의 더블딥 논쟁에서 (더블딥보다) ‘소프트패치’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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