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에 ‘FTA 반대’ 호소한 천정배의 궤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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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미국의 의회전문지에 기고한 글은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공멸의 길’이란 글의 내용도 왜곡투성이지만 이런 글을 미국 의회전문지에 기고한 야당 중진의원의 행태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더욱이 오랜 논란을 벌여온 미국 의회가 어렵사리 FTA 비준에 합의한 시점에 한국 국회의원이 이런 글을 기고했다는 사실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천 의원의 기고를 보면 마치 미국 정치권에 “FTA 비준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듯하다. ‘FTA가 발효되면 미국이 무역적자로 손해를 본다’며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천 의원은 한국이 무역흑자를 볼까 우려한 셈이다. 물론 맞지 않는 말이다. FTA는 당사국 모두가 이익을 보는 윈-윈(Win-Win) 게임이다. 천 의원 주장처럼 양국이 모두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Lose-Lose)가 아니다.

 FTA가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은 기존의 FTA를 통해 입증된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FTA 협상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서로 협상을 서두르는 까닭이다. FTA를 둘러싸고 국가 간 협상이 치열한 것은 당사국 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보자는 외교전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 논란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산업분야별로 손익이 갈리기에 이에 대한 이해 조정과 손실 보전 절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FTA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해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약 5년간의 진통 끝에 이제 양국 의회 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외적 갈등을 거쳐야 했던 멀고 험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FTA 협상을 시작한 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천 의원이 이제 와 FTA를 하지 말자고, 그것도 미국 정치인들에게 호소하는 모양새는 여러모로 자괴감(自愧感)을 느끼게 한다.

 ‘대다수 국민이 우려한다’는 천 의원의 주장도 맞지 않다. 이명박 정부 초기 쇠고기 파동 당시 반대론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EU FTA를 성공적으로 마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반대보다 훨씬 많다. 민주당 조사에서도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5%나 되지 않았던가. 문제는 ‘서민에게 피해가 간다’는 우려다.

 국가 차원에선 이익의 균형을 최대한 이뤘다고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부문별로 이해가 많이 갈리는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우리 국회의 몫이다. 하루 빨리 해당 상임위원회에 정식 상정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천 의원이 목소리를 높일 곳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사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