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TV 어떤 걸 볼까?

중앙일보

입력

2003년까지 1천5백만 대 인터넷TV 보급 전망

TV는 모든 가전제품 가운데 인터넷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다. 우선 브라운관을 모니터로 대체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출력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처럼 제품 전면부에 LCD 화면을 부착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비용도 제일 적게 든다.

그러나 TV로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해상도의 차이다. 컴퓨터 모니터의 해상도는 보통 800×600인 반면 TV의 해상도는 640×480이다. 실제 모니터에서 보는 색상이나 화질이 TV 브라운관으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또한 HTML로 작성된 웹문서의 크기는 고정돼 있다. 아무리 큰 브라운관으로 보더라도 웹문서 자체의 크기가 커지지 않는다. 글자의 구현도 문제다. TV에는 컴퓨터처럼 한글이나 영어 폰트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글자가 깨져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셋톱박스다. TV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 기능이 내장된 인터넷 TV를 구입하거나 기존 TV에 셋톱박스를 설치하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 셋톱박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인터넷 TV 네트웍스(舊 조선인터넷TV), 클릭TV, 홈TV인터넷, 티컴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셋톱박스의 종류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TV 서비스도 완전히 달라진다. 셋톱박스의 방식이 다르고 이것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근하는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터넷 TV를 이용하려는 사람이면 자신이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를 우선 결정한 후 자신에게 맞는 셋톱박스 공급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98년부터 인터넷 TV 상용서비스를 실시해 온 인터넷 TV 네트웍스는 48만원대에 ''HNT 15''라는 모델의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 TV 네트웍스는 하이텔이나 천리안 같은 ISP 성격의 인터넷 TV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송국이나 신문사, 증권회사, 쇼핑몰 업체, 혹은 개별 CP(Contents Provider)들과 계약을 맺고 인터넷 TV에 맞도록 화면을 재구성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초기화면 자체도 ISP 업체의 초기화면처럼 뉴스·잡지, 교육·취업, 재테크·비즈니스, 가정·생활 등으로 분류돼 있어 메뉴를 따라 이동하도록 돼 있다. 사용 빈도가 높고 실제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메뉴 위주로 구성됐다.

인터넷 TV를 위해 별도의 콘텐츠를 구성했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부가적인 서비스로 노래방이나 DDR 등의 기능도 들어 있다. 반면 자주 사용하는 사이트나 정보만을 제한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모든 사이트를 컴퓨터에서처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URL을 입력해 접속할 수도 있으나 인터넷 TV 용도로 변환을 거치지 않은 사이트의 경우 화면 사이즈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글자가 깨져 나오게 된다. 인터넷 TV 네트웍스는 오는 7월께부터 이런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셋톱박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용료는 월 1만6천원이다.

클릭TV는 오는 5월부터 셋톱박스 공급과 함께 인터넷 TV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클릭TV의 경우 웹문서의 변환작업 없이 인터넷 상의 모든 사이트를 완벽하게 TV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별도의 콘텐츠를 구성하거나 제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셋톱박스 공급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1천 개의 채널을 맨 앞자리 숫자에 따라 0그룹은 미디어, 1그룹은 교육, 2그룹은 여성, 3그룹은 오락 등으로 분류, 사이트별로 채널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001은 한국통신, 003은 중앙일보 식이다. 채널에 포함되지 않은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키보드로 URL을 직접 입력하면 된다. 클릭TV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TV인터넷과 티컴코리아의 경우 컴퓨터가 내장된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있다. 홈TV 인터넷의 경우 컴퓨터 기능이 첨가된 IMP가 70만원대, 셋톱박스 기능만 있는 iSet은 40만원에 공급하고 있으나 대부분 대량 수요처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

홈TV 인터넷 역시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 인터넷 TV용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체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쌍방향 TV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출연자 정보를 알고 싶으면 해당 정보를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이용료는 월 2만7천원. 업체별 인터넷 TV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이용고객의 반응에 달려 있다. 본격적인 서비스가 예상되는 5월 이후면 확실하게 판가름나게 될 전망이다.

인터넷 TV 네트웍스의 전영권 이사는 "인터넷 TV를 단순히 웹서핑 용도로 사용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인터넷 TV용 콘텐츠 개발을 통해 전자상거래와 원격 진료, 주식 투자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완벽하게 실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클릭 TV의 윤종진 부장은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인터넷 TV용으로 변환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 TV 서비스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 TV용 셋톱박스의 보급대수를 올해 80만 대에 이어 2001년에 2백50만 대, 2002년에 7백만 대 등 2003년까지 총 1천5백만 대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올해가 인터넷 TV 보급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TV의 보급은 결국 마케팅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업체들이 보조금을 통해 핸드폰을 공급하던 방식과 비슷하다. 인터넷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셋톱박스를 일괄 구입, 소비자들에게 무료 혹은 저가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업체는 아파트단지 개발업체나 ADSL 같은 초고속 통신망 업체가 될 수도 있고, 증권회사나 쇼핑몰 업체가 될 수도 있다. 초고속 통신망에 가입하거나 증권회사에 계좌를 트면 셋톱박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1백만원대의 프리 PC가 성공한 것을 보면 30만∼40만원대의 셋톱박스는 오히려 저비용 마케팅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인터넷 TV와 관련된 사업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릭 TV나 홈 TV인터넷 경우 철저하게 B to B 형식으로 셋톱박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클릭 TV의 윤종진 부장은 "셋톱박스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반 가전제품 매장에서 돈을 주고 셋톱박스를 구입하는 일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인터넷 TV 보급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올 연말께면 대부분의 집에서 TV로 인터넷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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