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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우수한 농업기술 배우러 온 외국인 1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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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온 농업 연수생 11명이 지난 2일 토마토 농장을 방문해 이효상(맨오른쪽) 대표로부터 재배방법을 배우고 있다. [조영회 기자]

“한국의 선진 농법 배우자”

지난달 27일 아산시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아프리카 6개국에서 온 농업지식인 11명이었다. 아산시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의 하나인 농업개발 연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9월 30일까지 두 달간 아산시농업기술센터와 아산지역 농장에서 벼농사, 축산, 특화작물, 농기계 운전 등 농업 분야 특강을 듣고 현장실습을 한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서광원(50) 지도기획팀장은 2일 “며칠간 교육해보니 우리나라 농업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라도 나라마다 기후·토양 등이 다르기 때문에 농사법도 달라야 한다”며 “앞으로 그 나라에 맞는 농작물별 재배법과 재배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 등을 파악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을 받고 있는 연수생들은 “아산은 생산성도 높고 농경지도 비옥한 훌륭한 도시”라며 “많은 것을 배워 자국에 전파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연수생들이 토마토 재배법을 적고 있다.

농가 견학으로 궁금증 해소

2일 오후 3시 아산 신정리에 있는 내이랑 유기농 토마토 농가. 아프리카인 연수생 11명의 눈은 농가 대표인 이효상(57)씨에게 쏠려있었다. 이 대표는 토마토 재배에서 수확·선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도현주(28·여) 통역관이 이 대표의 말을 영어로 연수생들에게 전달했다. 도 통역관은 “농업에 관한 전문용어가 어렵긴 하지만 연수생들이 주로 영어를 쓰기 때문에 통역하는 데 지장이 없다”며 “이들은 자국에서도 한 가지 언어로는 소통이 안 돼 영어를 제2 공용어로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수생들은 통역관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토마토를 키우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질병으로 고생하진 않았나요.” 쏟아지는 질문에 이 대표는 “모든 농작물을 키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건 정성”이라며 “제때 비료를 주고 토양을 관리하며 곁순(원줄기 곁에서 돋아나는 순)을 자를 때 다른 가지가 상하지 않게 다뤄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나 역시 재배 초기에는 토마토들이 병에 걸리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가 농업인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연수생들은 이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들의 문제 … 실마리를 찾아가다

토마토 농장을 견학하고 나오는 라비 압드 엘샤페이(44·이하 엘샤페이)의 얼굴엔 진지함이 가득했다. 그는 이집트에 있는 쌀 연구교육센터에서 연구원 겸 병리학자로 근무하고 있다.

 “저는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쌀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쌀 생산량이 많아 인근 아프리카 국가에 수출도 하고 있어요.”

실제로 이집트는 지난해 총 321만t의 쌀을 생산했다. 아프리카 최대 쌀 생산국이다.

 하지만 엘샤페이는 “쌀 생산량은 많아도 벼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버리는 쌀이 한 해 100만t에 이른다”며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아산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이집트의 쌀 수출량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마가렛 이발라드 바바로라(33·여·이하 마가렛)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200여 평의 농장에서 벼농사와 소·돼지 등을 키우는 그도 원인 모를 벼의 질병이 큰 걱정거리다.

 그는 “나이지리아의 기후조건이 열악해 겪는 어려움보다 질병 때문에 애써 기른 벼를 잘라 내버려야 하는 고통이 더 견디기 힘들다. 아산은 ‘맑은 쌀’이 유명하다고 들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해결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 팀장은 “유기농 토마토를 재배하는 이 대표의 말대로 농업은 정성이 필요하다”며 “한국 농업인은 쌀 생산에 있어 양보다 질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맛있는 쌀 연구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맑은 쌀’을 비롯해 ‘생명 쌀’ ‘철원 쌀’ 등 쌀마다 브랜드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 다른 나라는 국적만 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샤페이는 “아산으로 오길 정말 잘했다. 더욱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아산 맑은 쌀을 닮아가도록 하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KOICA가 아산을 선택한 이유는

“맑은 쌀과 유기농 채소 재배로 유명한 아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농업 도시.” KOICA 관계자는 아프리카 농업 연수생을 아산으로 파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아산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농산물의 인증비율은 50.1%로 전국 평균 6.6%보다 월등히 높다. 아산 대표 브랜드 맑은 쌀의 소비량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KOICA가 아산을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아산시는 지역민간단체와 협력해 2008년부터 아프리카 3개국에서 11명을 초청해 자체적으로 농업연수를 실시했다. <표 참조> 심미홍 아산시 대외협력팀 담당자는 “자체 연수의 경험을 살려 시에서 외교통상부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외교부의 주선으로 KOICA와 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앞으로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선진 농업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

KOICA(한국국제협력단)=우리나라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개도국과 동구권국가 등 특정협력대상국가들에 대해 인력과 자본, 기술 등을 제공하는 단체. 특히 그들 국가의 경제·사회발전을 지원하고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재난구호에도 동참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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