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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하이재커’ 40년 미스터리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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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D B 쿠퍼 사건을 모티브로 1981년 제작된 영화 ‘D B 쿠퍼 추적하기(The Pursuit of D B Cooper)’의 포스터.

“내 삼촌 린 도일 쿠퍼가 바로 1971년 비행기 납치사건의 범인 D B 쿠퍼다.”

 40년째 미제로 남아 있는 ‘D B 쿠퍼 사건’의 진범을 알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나타났다. 미 범죄사의 전설이 된 사건의 실마리가 이제야 풀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중부 오클라호마에 사는 마를라 쿠퍼(48) 는 3일 abc방송의 토크쇼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어릴 때 일어난 사건이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최근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삼촌이 범인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마를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삼촌의 사진과 그의 소지품인 가죽 기타 끈 등을 넘겼다”고 말했다. 마를라에 따르면 삼촌 D B 쿠퍼는 1999년 사망했다.

 ‘D B 쿠퍼 사건’은 대대적인 수사에도 범인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FBI는 지난 1일 “10여 년 전 사망한 한 남성이 D B 쿠퍼라는 믿을 만한 증언을 확보해 유품을 입수, 정밀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D B 쿠퍼 사건은 71년 11월 24일 발생한 비행기 납치사건이다. 당시 자신을 ‘D B 쿠퍼’라고 밝힌 한 남자가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떠나 워싱턴주 시애틀로 가던 노스웨스트 305편 기내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그는 승무원에게 “폭탄이 든 가방을 갖고 있다”는 협박 쪽지를 건네며 현금 20만 달러와 낙하산을 요구했다. 이 남자는 비행기가 시애틀 공항에 착륙하자 돈과 낙하산을 받고 승객 36명을 풀어줬다. 그런 뒤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던 승무원들에게 비행기를 이륙시켜 멕시코시티로 향할 것을 요구했다. 비행기가 시애틀과 네바다주 리노 사이를 날고 있을 때 그는 돈을 챙겨 낙하산을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FBI는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어떠한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이후 쿠퍼는 전설이 됐다. 사건을 다룬 영화와 책이 쏟아졌고, 수많은 추측과 증언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마를라는 자신이 여덟 살이던 71년 추수감사절 전날(11월 24일) 삼촌 린 도일이 다른 삼촌과 함께 칠면조 사냥을 간다며 나갔다가 다음 날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피 묻은 티셔츠를 입은 채 돌아온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두 사람이 값비싼 워키토키(무전기)를 가지고 있었다”며 “서로 ‘우리가 해냈다. 돈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우리가 공중 납치에 성공했다’고 말하며 기뻐하는 장면을 봤다”고 회고했다. 마를라는 “린 도일 삼촌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지만 낙하산 부대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미국 북서부 지역으로 이주한 삼촌은 재혼해서 자녀를 뒀고, 가죽으로 된 기타 끈을 만들며 살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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