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공·해상 1000개 표적 동시 탐지…4500억짜리 ‘피스아이’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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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조기경보통제기(일명 피스아이 E-737) 1호기가 1일 공군 김해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다음 달 초 우리 공군에 인도돼 한반도 전역을 감시하는 임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송봉근 기자]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 아이(Peace Eye·E-737)’ 1호기가 9월부터 한반도 상공을 날게 된다. 북한의 공중 및 해상 도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동시에 우리 군 부대로 전파하는 중요한 정보 자산이다. 피스 아이는 지난달 30일 미국 시애틀 보잉사 공장을 출발해 하와이 및 괌의 미 공군기지를 거쳐 56시간 만인 1일 오후 공군 김해기지에 도착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내년까지 국내에 도입될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 4기 가운데 하나로, 우리 상공에서 운용 시범비행을 하고 최종 수락 검사 등을 거쳐 9월 초 공군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스 아이는 ‘평화를 지키는 눈’이라는 뜻으로 공군이 지난해 국민 공모로 선정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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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 아이 도입으로 우리 군의 북한 감시 역량은 획기적으로 높아지게 됐다. 군 관계자는 “임무 수행 시 사각지대가 없다”며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도발 이후 안보 개혁 차원에서 추진해온 정보 자산 강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피스 아이의 역량은 우선 메사(MESA·다기능 전자 주사 배열) 레이더 시스템 등 장착된 최첨단 장비에서 나온다. 기존의 조기경보기는 동체 윗부분에 비행접시를 닮은 안테나가 12초 간격으로 돌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감시하는 데 12초를 기다려야 하지만 피스 아이는 동시에 360도 감시가 가능하다. 탐지거리는 370㎞. 레이더 출력을 높여 한 곳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경우 탐지거리는 500㎞ 이상이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변국까지 감시권에 든다는 얘기다. 피스 아이 상부에 장착된 3개의 레이더를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면 통신 감청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북한군이 AN-2기로 특수전 병력을 싣고 저고도 침투비행을 하더라도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다. 지상 레이더로는 한반도 산악 지형 때문에 저고도로 침투하면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북한 지역 공중과 해상에 떠있는 물체 등 한반도 전역의 공중과 해상의 표적 1000여 개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경보장치(6대)와 플레어(Flare·조명 유인탄)와 채프(Chaff·금속 파편 분사장치) 등 기만장치를 갖추고 있어 미사일을 피할 수도 있다. 동체 뒷부분 상단에 탑재된 레이더 무게만 2.26t이다.

 피스 아이는 공중통제 기능도 있어 유사시 중앙방공통제소(MCRC) 기능도 한다. 항공기 내에서 탐지, 분석, 식별 등 10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한다. KF-16, F-15K 전투기와 통신에도 제한이 없는 통신체계를 갖고 있다. 피스 아이와 오산의 MCRC 통신체계가 연동돼 있어 수집된 정보가 공군 비행단과 전투기, 육·해군, 해병 부대에 실시간 전파된다. 해군이 운용하는 이지스 구축함과도 통신체계가 연동돼 수집된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다. 피스 아이가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이유다.

 피스 아이 도입으로 한국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프랑스·영국·일본·호주·터키·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홉 번째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보유하게 됐다. 더구나 피스 아이는 보잉 737기를 개조한 최신예 기종으로 미국·프랑스·일본이 보유한 기존의 조기경보통제기(AWACS)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다. 미국과 프랑스는 707기를 개조했고 일본은 767기를 개조했다.

피스 아이 한 대 가격은 4억 달러(약 4510억원)로 2~4호기는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최신형 MESA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을 장착하는 체계 조립 중이다. 내년에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글=김수정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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