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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제왕학’가르치는 최고 싱크탱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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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사진) 중국 국가주석은 2002년 11월 중국공산당(중공) 총서기로 선출된 바로 다음 달 당 정치국 국원 25명을 상대로 ‘집체(集體) 학습’을 시작했다. 당이 정부를 영도하는 중국의 권력구조에서 당 총서기는 최고의 권력자다. 전통시대로 치자면 황제의 지위에 오른 바로 다음 달 ‘새로운 황제’가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것이 바로 학습이었던 것이다. 이듬해 3월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한 이후에도 후 주석은 학습을 중단하지 않았다. 집체학습은 2002년 12월 26일 첫 모임에서 후 주석이 “이를 제도화해 장기간 계속하라”고 내린 지침에 따라 올해로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호수인 중난하이의 위성지도사진. 중난하이에선 중국의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집체학습이 열린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당·정 간부들이 주거와 집무를 겸하는 중난하이(中南海)에 들어가 ‘현대판 황제’에게 일종의 현대적 제왕학(帝王學)을 가르쳐온 중국 최고의 두뇌집단은 어디일까. 인민일보 해외판은 1일 ‘중난하이(中南海)의 10년 필수 과목’이란 특집 기사에서 그 면면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74차례 진행된 강의에는 모두 142명의 전문가가 강단에 섰다.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학자와 연구원들이다.

 소속 기관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사회과학원이 24명을 배출해 가장 많았다. 중국 최대 싱크탱크라는 세간의 평가에 걸맞게 자존심을 지켰다. 다음은 국무원(중앙정부) 발전연구중심으로 11명의 전문가를 출강시켰다. 대학 중에서는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제치고 중국인민대학이 10명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의 거시경제연구원(8명), 중국군사과학원(8명), 중앙당교(7명), 중앙당사연구실(6명)도 다수를 배출했다.

 개인별로 보면 중앙당교 줘쩌위안(卓澤淵·탁택연·48) 대학원장이 2006년과 2011년에 두 번 중난하이를 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법학회 상무이사이기도 한 그는 “중난하이 집체학습은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는 대학생들의 수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론을 적용해 현실 문제를 풀어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데 (정치국원들의) 관심이 쏠렸다”고 학습 분위기를 전했다.

 집체학습은 당 중앙 판공청이 중심 역할을 하고 정부 부처와 싱크탱크가 참여해 매번 주제를 정한 뒤 전문가를 섭외한다. 일반적으로 4개월 전에 전문가를 선정해 통보한다. 정식으로 ‘중난하이 어전 특강’을 하기 전 세 번의 리허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체학습은 당과 정부의 의사결정의 정점에 위치한 정치국 국원들의 전문성을 높여줘 현실에 맞는 정확한 대책과 해법을 찾는 데 일조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집체학습을 발의한 사람은 후 주석 본인이다.

그 때문에 집체학습은 이제 후 주석의 집권 10년을 특징 짓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줘쩌위안 원장은 “개개인이 짬을 내 학습하는 것도 어려운데 25명의 정치국원들이 10년간 집체학습을 계속해 왔다”며 “이를 통해 집권층 내부의 컨센서스를 모으고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지혜를 키워 왔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집체학습=2002년 12월 26일 중공 정치국원을 상대로 시작된 학습. 첫 주제는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이었다. 지난 6월 28일까지 모두 74차례 진행됐다. 주제는 경제·정치·법률·문화·국제문제·군사·당건설 등에 걸쳐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경제였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경제가 세계경제 속으로 편입되면서 경제 이슈의 비중이 커졌다. 글로벌경제 상황에서부터 국내 경제성장 방식 전환, 산업 구조조정, 금융체제 개혁, 재정 및 세제개혁 등이 망라됐다. 제도화된 법치를 위한 모색이 강조되면서 법치와 관련한 학습이 많았다. 군사·과학기술 외에도 교육·의료·취업·사회보장 등 인민의 삶과 직결된 주제도 많이 다룬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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