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빠졌는데 … 김대리가 웃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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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의 삼성전자 원격근무센터에서 이 회사 직원들이 첨단 IT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한결 편하게 근무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릴리는 2005년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데 이어 2009년 재택근무제를 추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한발 더 나아가 ‘통합업무환경’으로 불리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전격 채택했다.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서울역 근처로 사무실을 옮기면서다.

 사장을 비롯한 몇몇 고정석을 빼고는 모든 사무실 좌석을 공용으로 바꿨다. 또 회의실을 기존 7개에서 14개로 늘린 대신 사무실 책상수는 확 줄여 새로 공간을 확보했다. 이 덕분에 이전에 3개 층 사무실에 흩어져 있던 직원들이 모두 한 층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성은진(36) 본부장은 “ 전화와 e-메일 또는 별도의 미팅을 잡아 진행하던 작업을 앉은 자리에서 바로 처리하고 업무 조율도 가능해져 일처리가 몰라보게 빨라졌다”고 말했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가 급속히 늘고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 비용을 줄이면서 업무 생산성도 끌어올린다는 사실이 속속 입증되면서다.

실제 한국릴리는 스마트워크 도입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시행 7개월 만인 올 4월 120명의 직원을 상대로 물어본 결과 사내에서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 적게는 한 시간에서 많게는 7시간까지 줄었다.

 삼성전자도 올 5월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재택·원격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원격근무제’ 지원자를 모집해 30여 명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원격근무센터는 서울 삼성역과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 두 곳에 마련됐다. 워낙 사내 반응이 좋자 6월에 추가 지원자 15명을 더 받았다. 내년에는 원격근무센터도 늘리고 대상을 더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전자 DS(부품)사업총괄 전희경 책임연구원은 “육아 관련 고민이 많아 회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원격근무 제도가 시행되면서 곧바로 신청했다”며 “근무 환경이 더 좋아진 만큼 업무 만족도는 물론 책임감도 동시에 커졌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으로 구현한 모바일 오피스를 태블릿PC 기반의 스마트오피스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아이패드2와 갤럭시탭10.1 등 태블릿PC와 사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연계해 ‘종이 없는 사무실’을 구현하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워크 도입에 적극적이다. 올 6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워크 활성화 촉진법’을 마련하고 2015년에는 전체 근로자의 30%가 스마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에 세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재우 기자

◆스마트워크=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동료 직원들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 스마트워크센터, 모바일오피스 등을 모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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