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성옥은 `시 쓰는 마라토너'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7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정성옥 선수는 시를 쓰는 마라토너다.

24일 입수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최근호(3.15)는 정성옥 선수가 훈련을 마치면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는 글도 쓰고 대중을 투쟁에로 불러 일으키는 시도쓴다"면서 「장군님 결승선에서 맞아 주셨네」,「남 먼저 달리렵니다」를 비롯, 그가 쓴 시와 글이 출판물에 많이 실렸다고 소개했다.

시「장군님 결승선에서 맞아 주셨네」는 북한의 월간 대중잡지 「천리마」 99년11월호에 실리기도 했다. "장군님의 위대한 심장의 박동에…"로 시작되는 이 시는마라톤 풀코스인 105리(42.195㎞)를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 노정에 비유, 김총비서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 잡지 99년 12월호에도 그가 16세때 창작했다는 시 「백두산처럼 억세게」라는 시가 게재됐다. 이 시는 자신의 생활준칙을 소재로 창작했다.

잡지는 "노동신문에 실린 정성옥 동무의 시들은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면서"그런데 왜 시인이 되지 않고 체육인이 되었는가"고 그의 시적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또 "저의 변변치 못한 시들로 말하면 제가 뭐 남다른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의 마음을 그대로 적은 데 불과합니다"고 겸양을 보인 정 선수의 말도 잡지는 함께 전했다.

노동신문은 "정성옥 선수의 책상에는 앞으로 쓸 글의 제목들이 수없이 많다.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는 글의 제목만 보아도 그의 정신세계, 그의 불타는 결의를 알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정성옥 선수가 요즘 훈련 강도를 평소보다 높였다고 최근 근황을 전한뒤 휴식시간에는 손풍금을 연주하며 「구름 넘어 그리운 장군별님께」, 「우리 아버지」등 애창곡을 부르고 자작시를 읊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성옥 선수를 포함해 18명으로 구성된 북한선수단은 다음달 열리는 보스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연식기자 jy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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