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통행수로' 발표] 서해 5도 주민들 반응

중앙일보

입력

23일 북한의 ‘서해 5도 통항질서’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연평도와 백령도 등 관련 섬지역 주민들은 작년 6월 남·북 교전 당시를 떠올리며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특히 꽃게철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이같은 사태가 터져나오자 군당국에 의한 조업통제로 생업에 지장을 받는 게 아니냐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연평해전’이 발생해 한동안 조업통제를 받긴 했지만 꽃게 수확이 늘고 값까지 뛰어 비교적 높은 소득을 올렸던 이곳 주민들은 올해 꽃게잡이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어선을 수리하거나 새 어선을 들여놓은 상태여서 더욱 답답해 했다.

연평도 어민회장 申모(61·인천 옹진군의원)
씨는 “북한의 위협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런 일이 재발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며 “꽃게 조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섬지역 주민들 중 일부는 그동안 수차례 반복되어 온 북한의 위협에 무감각해진듯 애써 이번 사태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했다.

백령도의 한 회집 주인 金모(69)
씨는 “북한의 통항 질서 발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또다시 남침 위협을 했다고 해서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이날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서해 5도의 통항 수로를 지정해 발표하며,이를 어길 때 무력 도발도 감행할 것을 암시한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인천∼백령·연평 항로의 여객선 운항 관계를 걱정했다.

해양경찰청도 북한에서 발표한‘서해 5도 통항질서’ 전문을 파악하는 등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여객선의 안전 운항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영진 기자 <ch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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