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차원 다른 정보의 샘, 아침은 늘 미래를 말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9호 14면

조찬 행사에 푹 빠져 사는 ‘조찬 중독자’들이 있다. 조찬 강연·모임이 있는 자리면 어디든 찾아간다.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 수십 년간 경험과 명망을 쌓은 지도층 인사들이다. 조찬 행사의 단골 참석자로 꼽히는 5명으로부터 조찬 예찬론을 들어봤다.심갑보(75) 삼익THK 부회장은 36년째다. 현재 참여 중인 조찬 모임만 10여 개에 달한다. 인간개발연구원, 한국능률협회, 삼성경제연구소, 도산아카데미연구원,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의 정기 조찬 강연에다 부정기적으로 고려대 경영대학원 총동창회,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서울대 최고산업전략과정에 나간다.

새벽이 더 바쁜 조찬 예찬론자들

그는 주 3회, 연 150회가량 조찬 행사에 참석한다. 이러다 보니 조찬이 겹칠 때도 있다. 심 부회장은 “그럴 때는 강사와 강의 주제를 비교해 더 도움이 될 만한 쪽을 택한다”고 말했다. 고희가 넘은 나이지만 그는 항상 맨 앞자리에서 캠코더를 들고 강연을 녹화한다. 이렇게 모은 녹음 파일이 3000개, 비디오 파일이 3000개에 이른다. 그는 조찬 강연 내용을 직원들과 공유한다. 동영상을 편집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든 후 교육용으로 쓴다. 그가 말하는 예찬론이다. '단시간 내에 전문가의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최고의 과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생생한 지식을 목전에서 듣기 때문에 전달력과 이해력이 훨씬 높다'

그는 삼익THK가 노동집약적인 영세기업으로 출발해 산업설비 자동화 전문 중견기업으로 변신하기까지 아침 공부 덕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또 "조찬 강연에서 들은 지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임원 교육을 하면서 변화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조찬에서 교분을 쌓은 이들도 많다.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손병두 KBS 이사장 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물화가인 임종렬(61)씨도 6년 전부터 조찬 행사에 빠지지 않는다. 임씨는 “조찬 모임에 나오는 분들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력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과거에는 나름대로 내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의 강의를 들으며 내가 교만했다는 걸 깨닫고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찬 모임에 참석한 이후 그림 표현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한다. “예전에는 순진한 아이들이나 고운 여인과 같은 서정적인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CEO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고 싶어졌다. 지금은 인간 내면의 열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림이 강렬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박청수(73) 원불교 원로교무는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불린다.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왔고,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쇄도한다. 그런 그가 지난해에는 인간개발연구원의 조찬 강연에 강사가 아닌 청중으로 주 1회 꼬박꼬박 참석했다. 박 원로교무의 집은 경기도 용인이다. “늦지 않기 위해 강연 전날 미리 서울에 올라와 잠을 잔 뒤 강연을 들었다. 덕분에 1년 내내 개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찬 예찬론도 빼놓지 않는다. “50년간 원불교 테두리 안에서 교역자로서 내가 믿는 바를 설교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연구하고 세상에 말하는지 궁금해졌다.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지혜와 경험을 듣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강연자들의 말씀대로 해보려고 노력하며 삶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

5개 조찬 모임에 참석하는 정문호(72) 동국산업 고문은 한 시간 일찍 행사장을 찾는다. “조찬 강연 전에 70, 80명의 인사들이 테이블 주변에 모여 일종의 미니포럼을 갖는다. 거기서 듣는 정보와 지식, 하다 못해 유머까지도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임을 갖다 보면 점심은 회사일 같은 현실 문제, 저녁은 학창 시절이나 군복무 시절 얘기 등 과거 일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침 모임에선 늘 미래를 말하기 때문에 하루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석문(63) 신일팜글라스 사장은 20년째다. 요즘엔 전경련, 삼성경제연구소, 카네기연구소 등 6개의 조찬 모임에 나간다. 특히 그는 아들 김인택(33) 공동대표와 함께 조찬장을 찾을 때가 많다. 김 사장은 “조찬 모임은 시대 흐름을 알게 해준다.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조찬 강연이 큰 힘이 됐기 때문에 아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